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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단 Jul 31. 2021

우린 같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HBO 명작 드라마 OZ에서 서로 사랑하는 죄수와 어떤 관계냐고 물었을  우리  크리스가 저렇게 대답했고, 정확한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마치 ‘저는 도로시의 친구에요라는 퀴어 은어처럼, 한동안 게이들이 사귀는 사이를 설명   쓰였다고 한다. 우린 같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죠.  저도 노래 깨나 불렀는데 말입니다.



고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주말마다 통행 차량이 늘어나고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시가지의 경우지 면소재지나 00리 같은 곳은 언제나처럼 정지된 시간에 놓여있는 공간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대신 그쪽으로 차를 몰고 운전연습을 하곤한다. 읍 소재지는 공단이 있어 그나마 나은 축이지만, 시내에 편의점이 두 개 있었다. 고향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이 지금 고향에는 피시방이 두 곳 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뒤 일년도 못 채우고 두 곳 다 망했다고 한다. 고장은 개중에 나은 축이다. 피시방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맥도날드는 없지만 편의점도 많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십 분거리에 있다는 것이고 장점은 귀찮아서 편의점 음료수를 끊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담배가 떨어진다? 그러면 십분을 무릅쓰고 가야 하는 것이다. 한낮이든 야밤이든. 고장에는 야밤에도 차가 다니지만, 고향은 10시 쯤 되면 도로 길바닥에서 자도 아무도 안 치고 간다는 둥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로 텅텅 비었다. 그래도 고향은 고향인데. 성큼성큼 몰락의 길로 향하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인구가 부족해서 세 곳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정치인을 뽑는 바람에 보수의 끝을 달리는 두 군이 섞여 전까지 파란색이었던 고장이 무슨 수를 써도 당선이 안되는 부작용이 생겨 고향이 더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매일 고장에서 고향으로 운전하며 주행연습을 한다. 전부터 정말 막연하게 나는 운전을 잘 할거라고 생각했다. 왜, 10대때 나는 나중에 술담배 개많이 할 것 같아, 같은 기시감처럼. 나는 항상 차 신호를 먼저 보고, 자전거를 탈 때에도 이번에 신호가 걸리면 그 다음 신호가 올 때까지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계산해 차도를 주행했고 그리고 그런 건 무척 쉬웠으니까! 그러나 직접 차를 운전해보니 내가 가졌던 자신감은 간데 없이 사라졌고, 나는 다소 비굴하게 운전면허를 땄으며 온 사방 눈치를 보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연습과 시험이 있었을 때 자낙스를 복용해야했고 자꾸 차선을 침범하는데 이게 교정이 안되서 면허를 딴 후에 연습을 할 수 없었다. 너무 못해서! 그러다가 큰 맘먹고 운전대 붙잡고 집 앞으로 나가는데 돌진해서 안내판에 차를 박았다. 운전을 배우려는 의지와 실력을 연습해야겠다는 마음 모두 싹 사라졌다. 한동안 차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약물을 교체하고 불안장애가 좀 가시고 출간한 뒤로 매일 연습하고있다. 동생과 함께 면허를 땄는데, 동생은 너무 쉽게 차를 몰았고 그… 재능의 차이라는 것이 정말 끼어들 여지조차 없을만큼 명백해서 기분이 이상하다. 게다가 동생은 그렇게 운전을 잘 하면서도 운전 하기 싫다고 한다. 재미없다고(이 새끼가?). 운전하면 허리만 아프다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새끼가 자기가 사스케라면 누나는 록리지. 라고 말해(록리 팬들에겐 죄송합니다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만 나는 록리를… 닮고 싶지 않아…. 나루토 얘기하지마! 지금은 걔들의 자식들이 주인공인 만화가 나오는 시대야! 15년 전에 팠던 만화일 뿐이야! 지금은 외려 좋아하는 소설의 모 교수를 뒤에 태우고 간다고 상상하며 연습하는 거란 말이다. 그래 알아 나 재능 없다. 공간감각도 삐끗한 거 같고 거울로 보면 왼쪽 오른쪽 헷갈리고(왼오구분은 고질적 문제) 차가 얼마나 큰지 가늠 아직 못하고 네비에서 300미터 앞에서 우회전 하라고 하면 아 어디까지가 삼백미터지 하다 길 놓치고 그래, 근데 그게 뭐 어때. 2차선으로 천천히 가면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핸들 틀면 돼. 시야를 점점 넓게 보고 브레이크 액셀은 힘 빼고 밟아. 재능없고 못하는 거? 능력치 점수에서 저공비행하는 거? 능력이 딸리는 느낌 받기 싫은 건 알겠는데, 우린 그 다음 장면을 생각하자는 거예요.



운 좋게 잔여백신이 되서 화이자를 맞게 되었는데, 문제는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고장의 끄트머리에 있는 읍내에 있는 병원에 당첨된 거라서 운전을 해서 가야했다. 그래서 동생과 처음으로 네비 찍고 모르는 곳으로 운전대 잡고 준수하게 운전했다. 그 전에 동생은 “누나가 모는 차 타면 죽을 거 같애.” 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별 말 안했다. 우리집 사람들은 칭찬할 만한 일이 있으면 잘했다고 하지 않고 아무말도 안하는 전통이 있다. 마치 내가 너에 대해 뿌듯해하는 상상을 하고 있으니 이걸로 충분함. ‘내가 너를 생각하고 있잖아!’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것 같다. 아무튼 고장의 끄트머리 조고만 의원에 가서 문서 작성 후 체온을 재는데, 이게 시방 내가 운전을 너무 집중해서 열이 올라 체온 찍는데 탈락한 것이다. 그래서 에어컨 좀 쐬면서 있다가 다시 체온 재고 통과 나서 화이자 맞았다. 화이자 후기? 저는 혈액투석이 필요할 수치를 한참 넘길 정도로 리튬 수치가 높았는데 발열, 오한, 몸살, 구토, 어지럼증, 통증, 경련, 호흡곤란, 혼수 상태 등 신체 증상이 하나도 없어 ‘어떻게 그렇죠?’ 의사진을 당황케한 전력이 있답니다. 그리고 고통을 느끼는 역치가 높고요. 아직 여타 부작용 없이 잘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우당탕탕 운전연습을 찍으면서 나도 종종 로또가 되면 차를 사고 싶다 생각한다. 어차피 메르세데스 에이엠지 같은 거 못 사. 걔의 성능을 다 발휘해 줄 수 없는 것을 알아. 그래도 로또 되면 볼보는 가능하지 않나? 몰라…다 공망이지. 그러나 가고 싶은 데가 아주 많다. 그렇지만 저번에 처음 주유소에 주유할 때 엄청 실수했었지! 우리의 문제는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 너무 쉽게 학습해왔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이 생길 때 자신에게 참을 수없이, 가차없이 버려버리는(다시 안하면 아무도 못하는지 모르니까) 것이 아니라 기를 쓰고 그짓거리를 훈련을 하든 학습 리스트를 만들든 연습하고 배워야 한단 것에 좌절했다는 점에 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잘 됐어! 이런 생각과 발언을 하는 게 문제다. 또 그렇게 되고 싶은 것도 문제고. 정말, 제발, 네가 한 것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지 마라. 차라리 합창단 들어가서 노래 불렀다고 해. 합창은 연습을 하잖아….



그리고 해외 출판사들과 계약했다. 후속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필명의 영문명과 한자를 표기해달라 했다. 전시 때 큐레이터가 ‘Lithan’은 고대 영어로 ‘여행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얘기해서 영문명은 그때부터 그렇게 갔고, 한자가 문젠데 한자는 생각해둔 게 있는데 이게  중화권에서도 충분히 쓰일 어감의 필명일지 모르겠어서 트친분께 여쭤봤다. 이치 리理, 끝 단端 자 써서 理端이라 쓴다. 출간 후 만나고 싶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벌써 증쇄는 했고 초판본 드려야 하는데 초판본도 이미 거의 바닥나서…. 정말 바보짓 많이 한다. 그리고 5쇄부터는 헌정사를 싣고 에필로그를 수정하기로 했다. 개미코 선생의 존재와 공로를 마땅히 말해야하므로. 그래도 원거리를 오가며 노래부르고 있는데, 어느날이었지 그에게 (이제까지의 방식과 다르게)정말로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인터뷰했던 피디와 편집자에게 개미코는 내 글만 보고도 우울증 상태에서 쓴 건지 조증 상태에서 쓴 건지 적당히 평온한 글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더니 모두 신기해했다. 그리고 나도 신기하다. 나는 생산성에 집착하고, 몰입하지만 끝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나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병증이 더해지면 객관적인 비평이 어렵고 잘못된 평가를 가차없이 내려버린다. 예를 들면


<조색기> : 종이가 별로임. 아마추어같음. 16년 이후 다시 안 읽었음.


<자해장려안하는만화> : 조색기의 부속. 자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풍부한 것들을 살리지 못함. 다시 안 읽었음.


<춤추는 등> : 그림만 좀 더 잘 그렸을 뿐 의미 없음.


<주간리단> : 열심히 하긴 했는데…. 책을 내는 의미가 없음.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그냥 출판사에서 하자는대로 하면 안돼?


<블로그 글> : 쓰레기


<60편의 시> : 시간 낭비. 졸라 못 썼음


이런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를 들어주면서 무엇은 잘 했는지, 무엇은 괜찮은지, 어떤 건 함께 해보자라든지 말할 수 있는 이는 개미코 선생밖에 없다. 나는 그가 내 작품들을 비평하는 걸 듣는 게 좋고 고맙다. 현재의 유행은 이렇고 내 작품은 어디쯤에 대략 놓을 수 있으며 이것의 의미와 가치는 이러저러한 것이다. 라는 말들. 물론 그런 말을 들어도 유감스럽지만 안도하지는 못한다. 병이니까. 내가 나를 가장 믿으며 동시에 가장 믿을 수 없는 역설이 내게 함께하니까. 나의 내부, 지극한 칭찬과 가차없는 혹평 모두를 내재한다. 천재!였다가 5초만에 씹쌔끼! 로 되고 이 둘은 모두 진심이다. 개미코 선생도 안다. 내 모순을 그가 아무리 칭찬하고 호평한들 내 기질이 바뀌진 않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가 말해줄 때에 말이야. 그럴 때 팽팽한 수평을 달리는 이쪽 저울로 바람이 살짝 부는 것 같아. 그리고 있잖아. 내가 좀 더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진 적이 없었어. 우리가 6년쯤 같이 노래했잖아? 이 합창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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