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다녀왔습니다.

휴직 2주차 이야기

by 달라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잠시 고향에 와있습니다. 버스로 50분이면 거리라 평소에도 오가고 있긴 하지만요.

이번에는 일주일 가까이 지내고 있어요. 병원, 보건소 등 일정도 있고 집에 고양이들도 있어서 이틀에 한번 꼴로 집에 돌아갔다 오기도 하고요. 버스를 오래 타야해서 귀찮긴했지만 이런 날씨에는 오히려 버스 안이 쾌적해서 좋더라고요.


이번 휴가는 몇달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휴직일이 늦어져버렸습니다. 일주일 동안 청소 습관이 좀 들여지고 있나 싶었는데 이렇게 쉬러 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면서도 그래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내 안은 텅 비어있는 것 같아요. 매일 쓰는 단순한 단어들, 상투적인 표현들만 가득해요. 내 글을 관심있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긴한걸까 싶기도 하고요. (거기 계시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그래도 계속 써봐야죠.

숙소에 있던 에세이를 몇 권 읽었어요. 글들 속의 다채로운 언어와 사고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래 전부터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것 같아요. 텅 빈 뇌, 굳어버린 혀. 오래된 마음의 병 때문일까요? 병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확실한건 저는 한 번 밑바닥까지 떨어져봤고, 다신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제 휴직을 걱정한 의사선생님, 회사 동료들과 상사들 모두 제가 생활리듬이 깨지고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전 이미 그렇게 살아본 적이 있어요. 10년쯤 전일까요. 그 때의 나는 패배자였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요. 좁은 고시원 방에서 그냥 그렇게 ‘살아만’ 있었어요.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가 새벽에나 한 번 깨면 편의점에 가서 대충 허기를 달래고, 다시 들어가서 자고. 얼마나 그렇게 지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러다가 문득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그렇게 처음 정신과에 가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10년동안 약을 먹고 있어요. 지금은 확실히 살아있어요. 그 때가 첫번째 고비였고 지금이 두 번째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다르게 말하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휴가는 즐거웠어요. 불안은 항상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고조되는 것 같아요. 업무를 할 때도 미리 걱정을 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휴직하기 직전에도 다가오는 자유에 괜히 불안했거든요. 고향에 와서 여러가지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라면 해보지 않았을 경험을 했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스윙댄스를 배우고, 난생 처음 불어보는 하모니카로 즉흥 연주를 하고, 브이로그처럼 말하면서 영상을 찍어보기도 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부끄러웠지만 경쟁도, 평가도 없이 그저 다같이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전혀 관심 없었던 것들을 해보고 새로운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내 안이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휴직기간 동안은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접해보려 합니다. 서툴고 잘하지 못해도 괜찮으니까요. 혹시라도 인생을 크게 바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구요.


6개월간 잘 쉬고, 잘 놀고, 잘 치우고 큰 아쉬움 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오늘도 힘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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