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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May 16. 2024

목숨 걸고 하는 일본등산


어그로가 너무 심했나?

카테고리가 조회수만 생각하는 글이다 보니  조미료 한 스푼을 섞었다.

하지만 양심껏 한 스푼이다. 왜냐면 나한텐 꽤나 목숨 걸고 한 등산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등산이라 함은 자고로(나의 기억에만)

잘 닦여져 있는 평평한 흙길과 무언가 깔려있는 길을 여유롭게 걷는  것이었다. 물론 가끔 가파른 경사도 나오긴 하지만 그거슨 설렁탕 속 고기처럼 띄엄띄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운동화만 신고 술렁술렁 등산 좀 해보고자 가까운 쓰쿠바산에 갔다. 정상까지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멋진 경치를 편안히 즐기면서.



편도를 끊은 우리는 정상을 만끽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후덜덜함의 시작이었으니...



요길은 참말로 양호한 편이다.



도무지 90도에 가까운 급격한 돌길의 향연이 사진에서는 자취를 감춰버려 분함을 금할 길이 없지만, 몇 번을 천국에 대해 상상해 보는 순간들이었다. 남편은 딸과 한 몸이 되다시피 하였고 나는 앞서가는 아들에게 소리치기 바빴다.


조심! 조심! 천천히!


중간쯤 가자 지옥불에 떨어진 표정으로 내려가는 내 옆으로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혼자 씩씩히 돌사이를 올라갔다. 아이의 표정은 참으로 편안하고 당당했다.(순간 여기가 동산인 줄 알았다) 부모들은 앞뒤에서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순간 '이걸 등산길이라고...' 하며 난리통을 치던 속마음은 쏘옥 들어가고 나는 몇 번을 탔다는  뻔뻔한 얼굴을 하고 열심히 하산에 성공했다.


이상했다.

처음엔 하느님부처님 알라신을 부르며 두려움에 가득 찼던 마음이 눈앞의 한걸음에 집중하며 내려갈수록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돌산길의 역동성에 재미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에 강력히 집중하여 얻어지는 명상의 효과처럼, 혹은 그저 주의를 둘러싼 자연이 주는 강력한 힐링 때문일지도 모를, 힘들어 죽겠지만 행복과 평화의 기운의 흘렀던 순간들.


또 오자!


두 시간의 나름 고된 하산길 후 다시 오고 싶다고 내뱉은 이들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번갈아가며 정신 못 차리고 곯아떨어진 이들은 우습게도 어른들이었다. 아이들은 전혀 피곤을 느끼지 않는 듯 에너지가 넘쳐났다.


쓰쿠바산 등산은 고됬지만 고되지 않았다. 육체적 힘듦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얼까. 평화, 힐링, 행복, 충만함, 자신감... 똑 들어맞는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모두 해당되는 말이었다. 이래서 등산을 하는구나.. 이래서 자연을 찾는구나.


쓰쿠바산을 두세 번은, 아니 어쩌면 정기적으로 등산할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기다리시오! 쓰쿠바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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