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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Sep 26. 2024

행운일까, 불행일까.


나는 현재 일본에 살고 있다. 나에게 일본이라 함은,  지구를 한 바퀴 여행하고자 결심할 때 마지막에나 가볼까 말까 고민해 볼 만한 몇몇 나라 중 하나였다. 매년 수만의 한국인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신나게 여행을 간다고 해도 소 닭 보듯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일본에 살고 있다.


내 여동생은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워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일본특유의 아기자기한 멋을 좋아한다. 신혼여행도 오키나와로 다녀왔다.

일본행이 확정되자 동생과 나는 왜 우리가 서로 바뀌지 못했냐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에게 일본살이는 행운인 걸까? 불행인 걸까?

처음엔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왜 미국이 아니며, 왜 나이 먹어 굳이 해외살이로 고생을 해야 하며 하필이면 관심도 없는 일본이냐며..... 불평불만이 머릿속에 회오리처럼 맴돌며 떠나질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다.


입술이 뾰로통하게 튀어나온 상태로 결국 일본행 비행기를 올랐고,  일본어 간판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나는 그 길을 달리고 마트에 가고, 공원에도 갔다. 불평불만을 해서 내 뜻대로 바뀌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한동안 불행에 파묻혀 정신 못 차렸다. 하지만 살아야 했기에 나도 모르게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정해져 있었고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을 시도하고 고민하고 시도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나를 돌아보고, 내가 정말로 몰입할 수 있는 꿈과 목표를 찾게 해주는 거름이 되었다.


나는 지금 일본 어딘가의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제 막 공모전에 동화 두 편을 응모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산책을 하다 좋은 영감이 떠올랐을 때의 짜릿함, 그 영감을 키보드로 두드릴 때의 행복감, 글을 마쳤을 때의 뿌듯함, 목표가 있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살아있다는 느낌과 희망이 차오르는 일상.

이 모든 감정들을 그토록 오기 싫어했던 일본에서 느끼고 있다.

일본에 있었기에 나의 목표를 치열하게 생각하고 발견하고 도전할 수 있었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과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더 불태울 수 있는 지금이다.

일본살이는 나에게 행운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다.

그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일 뿐.

나는 이제 행운과 감사의 사과를 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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