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학상 공모전을 보았다. 꽤 유명한 공모전으로 알고 있다. 살펴보니 단편동화 2편 제출이다. 원고지 30매, A4용지로 4장 정도 분량이다. 몇 번 써보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막막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전 의식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이제는 꽤 습관이 들어서 지난주부터 매주 한편씩 두 편의 단편동화를 완성했다. 수정과 퇴고를 마치고 나서의 뿌듯함이란. 아직 응모하지 않았는데도 당선의 기쁨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착란증세에 수시로 빠졌다.
최종 탈고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한번 공모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종 응모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동안의 당선작들도 읽어보았다. 금상 3편, 동상 3편 정도.
그리고,
이제야 아차, 싶었다.
읽은 당선작들은 모두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오는 소소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을 주제로 하는 글들이었다. 내가 열심히 쓴 글들은? 판타지와 환상을 넘나드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생활과는 극을 이루는 글이었다.
공모전도 나름의 결이 있고 방향이 있다는 걸 왜 먼저 생각하지 못했을까? 일단 썼다는 기쁨에 취해 중요한 포인트를 놓쳐버린 것이다. 동서 문학상의 결이 짜장이라면 내 글은 짬뽐이이었다. 아무리 짬뽕을 열심히 만들어도 짜장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택도 없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쓴 글을 응모해서 당선될 확률은 사법고시 합격보다 희박해 보였다.
결국 열심히 쓴 글은 고이 파일에 모셔두기로. 뭐 다른 공모전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기엔 또 너무 억울하고(억울할 것도 없지만) 꼼꼼하지 못한 내가 한심한 거다.
그리하여 결론은,
공모전에 응시하기 전에 당선작들을 읽어보고 글의 스타일과 결을 확인해 보는 것.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지 말고 강물에 순응하는 연어가 되자는 것.
왜? 강물을 거슬러 올라 알을 낳을 만큼의 필력이 안된다면, 당연히 강물에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최종 응모의 기쁨을 만끽하려다 대실패 한 어느 아줌마의 넋두리였습니다....
(그런데 동화 두 편은 또 언제 쓰나요... 뭐, 쓰면 쓸수록 늘기는 하더만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