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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모험가가 되어보자.

런린이 다이어리 80

by 견뚜기

새로운 동네를 가는 것은 항상 설렌다.


'내일 아침은 어디를 달릴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익숙한 일산호수공원을 떠나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동네를 가게 되면 늘 어디를 달리면 좋을지 살펴보게 된다.


새로 정착하게 될 명일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곧 일산을 떠나 강동구 명일동에 터를 잡는다.) 네이버 지도 어플을 켜고 주변 지형을 확인한다. 정말 군 제대 후 지도를 보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원정 달리기에 빠지면서 구글맵 또는 네이버 지도를 통해 지도를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아! 써놓고 보니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보는구나!)


기술의 발전으로 손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주변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이래서 기술이 좋은 것 같다. 두 손가락으로 명일역 주변 지도를 확대시키며 어디를 달리면 좋을지 보았다. 사실 근처에 일산호수공원처럼 큰 공원이나 한강고수부지처럼 강을 따라 나있는 코스가 있으면 달리기 코스를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막상 명일동을 찾아보니 크고 작은 산들이 있지만 달리기 좋은 코스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사 오면 온 동네를 헤집고 달리는 시티런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산을 따라 트래킹을 해야 할까?


사실 내가 해본 시티런은 작년에 일본 삿포로를 갔을 때, '도요히라 강 녹지공원'을 찾아 달렸을 때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마인강(Main River) 변을 따라, 워싱턴 DC에서는 '내셔날몰(Natuonal Mall)' 둘레길을 따라 달렸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강(Singaper River)' 변을 따라 달렸다. 그래서 중간에 멈출 일 없어 달리기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을 달릴 때는 교통 상황에 따라 달리기를 멈춰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시티런이 싫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흐름이 끊기지만 신호등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 또한 시티런의 한 재미 아닐까?


새로운 동네에서 시티런을 하면 장점이 있다. 그 동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네가 한결 친숙해진다. 명일역에서는 어떻게 달려야 할까? 지도를 곰곰이 살핀다. 지도 어플이 좋은 점은 대략적인 거리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위치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확인하면 내가 달릴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보통 편도 3km~4km면 지금 내 체력으로 달릴만하다.


명성교회 기준으로 약 3km 정도 되는 곳은 새로 들어선 IKEA와 길동생태공원이다. IKEA는 와이프와 운동삼아 몇 번 달려봤다. 와이프는 걷고 나는 옆에서 천천히 달렸다. 지도를 보면서 길동생태공원에 눈길이 갔다. 지도를 보니 길동생태공원은 오전 10시에 오픈하지만, 공원 주변으로 승상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명성교회에서 강동아트센터를 지나 길동생태공원 입구까지 약 2.2km, 승상산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가면 6km 정도 될 듯했다.

길동생태공원에서 강동아트센터를 향해가는 길을 달리고 있다.

초행길이라 날이 밝은 다음에 달리는 것이 좋다. 한 손에는 네이버 지도 어플이 켜진 스마트폰을 들고 길동생태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날 밤 비가 와서 길바닥에는 큼직한 낙엽들이 떨어져 있고, 빗물을 머금어 축축했다. 괜히 속도를 높였다간 젖은 낙엽을 밟고 미끄러질 수 있어 천천히 달리는 것이 안전했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릴 때는 워낙 잘 아는 코스여서 지형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의 달리는 느낌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 보폭은 어떤지, 발의 어느 부위부터 바닥에 닿는지, 상체는 얼마나 기울었는지, 내 팔 스윙의 크기는 어떤지 내 자세를 스스로 체크하면서 달렸다. 코호흡을 연습하기도 하고 다리의 동작을 조절해 보기도 하면서 달렸다.


그런데 모르는 곳을 달리니 루트에 신경 쓰게 되어 내 자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승상산 앞에서 길동생태공원으로 가서 승상산을 돌 것인지, 아니면 전 블록에서 승상산을 따로 돌아 길동생태공원 앞까지 갈 것인지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천천히 달리면 상대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쪼끔 더 길다. 잠시 고민하다가 승상산 주변부터 돌기로 했다.


오른쪽 산을 따라 난 길 위에 울긋불긋한 낙엽이 가득 헸다. 아침이라 사람도 없어 한적하다. 늦가을 아침 공기가 시원하기만 하다. 지도를 따라 달리다가 승상산이 끝나는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획은 승상산 반대쪽 천호대로로 나와 길동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왠지 골목이 으슥했다. 네이버 지도에 길이 끊겨 있는 것 같았다. '설마 가는 길 없겠어?'라며 길을 따라 달렸는데 산 반대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없고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이 밝았다. 어두웠으면 진짜 무서웠을 텐데.

명성교회에서 승상산 둘레를 돌아 길동생태공원을 지나는 코스. 3번이 잘못 든 길이다.


방향을 틀어 블록을 따라 크게 돌아. 천호대로를 따라 길동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차들이 쌩쌩 달린다. 지쳤나 보다. 오롯이 나의 관심은 '언제 길동생태공원이 나올까?'였다. 다행히 천천히 달려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 문뜩 아까 길이 막혔던 지역을 쳐다봤다. 그래도 나오는 입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그래도 방향을 돌려 나오길 잘했다. 천호대로를 따라 길동생태공원 압구로 향하는 길은 중간에 멈출 일이 없게 쭉 이어져 있었다.

승상산을 돌아 천호대로를 따라 길동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렇게 길동생태공원을 지나 강동아트센터로, 명성교회로 돌아왔다. 거리는 약 7km,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달리기는 만족스러웠다. 다만 다시 달릴 코스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제 한 달 후 이사 오면 어디를 달려볼까 하는 설렘이 생겼다. 지도를 보며 곳곳을 누빌 생각을 하니 어서 이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 다음엔 어디로 달려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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