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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ve 웨이브 Sep 29. 2022

뇌의 스위치를 켜라! (뇌신경 전도체 운동)

무라카미 하루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달리기

“창의성은 머리가 아니라 여기서 나온다”... 뇌과학자의 걷기 예찬 -The JoongAng -

얼마 전 걷기를 뇌과학 관점으로 바라본 도서 '걷기의 세계'에 관한 칼럼 제목입니다.

인류 진화의 중심에는 직립보행이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인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살기 위해 움직이고 움직이기 위해 산다.'는 명제에서 ‘생존과 움직임의 관계’는 ‘진화의 단초가 아닌가?’라고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행위, 성장과 발전, 인류는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입니다. 걷거나 뛰거나 머리를 굴리거나... 인간은 살아있는 한 현재 진행형입니다.


창의성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신체 활동과 뇌 발달에 관한 많은 연구와 실험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결과는 수많은 논문과 학술지에서 찾을 수 있고 우리 주변에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창작의 샘물을 길어 올리는 창작자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칙센트미하이, 헤밍웨이, 빌 게이츠, 스티븐 잡스... 오랜 시간 동안 창작활동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창의적 발상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독서와 글쓰기만큼이나 달리기, 수영, 걷기 등 신체 움직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성실하게 실천해 온 각 분야의 대가들입니다.




현대문학의 거장 /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126

1979년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로 등단한 이래, 1987년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로(원제:노르웨이 숲)>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입니다. 서구인의 문학이라고 일컫는 3천 년의 세계문학 역사상 동양인 작가로서 처음으로 작품 대부분이 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러너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저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루키가 달리는 순간, 느끼고 있는 심정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나름의 문장으로 진솔하게 써 내려간 책입니다. 달리기에 관한 회고록과도 같습니다.

그의 나이 33세,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삶도 러너로서의 삶도 이른 나이는 아니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직업 소설가로서 필요한 체력을 관리하는 것과 주체적인 창조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평균 10km를 달리고 23회 이상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책을 쓸 당시 22회를 완주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1시간 정도를 달리며 그 이후에는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휴식을 취합니다. 글을 쓰는데 더 쓸만하다고 생각될 때도 과감하게 펜을 놓고 하루에 정한 200자 원고지 20장만큼만 글을 씁니다.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에 루틴은 더 철저하게 지킵니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반년이나 1년이나 2년간 매일의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소설가에게는 요구된다.

집중력과 지속력은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근육의 훈련과정과 같다. 매일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 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121~122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가장 큰 자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문학적 재능'과 ’ 집중력, 지속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소설을 써나가고 더 큰 규모의 창조를 위해서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중요한 일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내가 쓴 작품과는 적지 않게 다른 작품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할 정도로 달리기는 하루키의 창작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소설을 쓰며 매일 조깅을 하고 풀/하프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작가와 함께 러너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긍정심리학을 태동시킨 칙센트미하이는 1970년대에 처음으로 심리학 관점의 몰입 현상을 규명했습니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몰입을 통한 행복과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였습니다.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경험 안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 요소를 몰입이라고 정의했으며 몰입 상태일 때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에 의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몰입과 행복을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연구하였습니다. 그중 달리기는 몰입을 자주 경험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입니다.


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은 한 가지 일에 깊이 빠져들어 집중한 나머지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이동, 자의식을 인지하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당신이 살면서 몰입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을 강렬한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인생을 바꿀만한 성과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몰입 상태가 되면 뇌 활성이 변합니다. 전전두피질과 편도체가 불활성화되어 부정적 감정이 약화됩니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달리는 행위 자체에 폭 빠져 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황홀한 경험이 전전두피질이 불활성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긍정적 감정은 강렬해지고 좌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희미해집니다. 스트레스 요인도 잊고 몰입 경험 그 자체에 빠져들면서 주변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 상태에 이르면 뇌가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시원하게 달리고 나면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것이 몰입의 결과입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몰입 상태에 이르면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해결책이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좋아하는 활동이 다릅니다. 신체, 지적, 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몰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험의 즐거움은 스스로 인지하는 기술의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아는 사람일수록 더 큰 즐거움과 몰입을 경험합니다.


몰입을 왜 중요한가?

항상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는 맥스 킹은 2012년 미국 마라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여 2시간 14분대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고 장거리 장애물 경주에서 8분 30.54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세계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 대회에 미국 국가대표로 두 번이나 참가했습니다. 세계대회에 만족하지 않고 100킬로미터 경기에 출전해서 세계 타이틀과 코스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보다 짧은 각종 산악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양한 과제에 도전하는 킹은 몰입에 중독되었다고 할 만큼 푹 빠진 인물입니다.

"달리기가 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시간을 몰입 상태로 훈련하면서 지내니까요. 저는 몰입해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하루 중 나머지 시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와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떤 일이든 몰입할 수 있어요.... 저는 글을 쓸 때도 몰입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화면에 단어가 쏟아지듯이 흘러나오죠. 그러면 일이 더 수월해지고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p133

몰입을 수시로 경험하면 삶이 행복할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시험하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모네타와 마이크 박사의 연구에서도 몰입 경험의 빈도가 높으면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몰입 경험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은 경험의 깊이보다 빈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마라톤 선수를 대상으로 3단계에 걸쳐 실시한 연구에서 첫 대회에 몰입을 경험한 선수는 더 큰 의욕을 갖고 계속 훈련하고 더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직관적인 결과 이외에도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이겨내는 능력을 키웁니다. 몰입의 기억은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려운 상황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큰 문제에 도전하게 합니다. 문제 해결하는데 오롯이 집중하면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과거의 몰입 경험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달리기는 몰입을 자주 경험하는 좋은 수단이면서도 수년 동안 꾸준히 훈련해야 합니다. 기록이 단축되거나 장거리를 달릴 수 있으려면 끈기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공은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체되거나 기록이 좋지 않은 시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깊은 믿음과 달리기를 즐기는 마음은 이런 시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창의성은 메타인지와 몰입으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 글을 쓰는 일과 동시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소설가로서 기초체력을 다지면서 집중력과 지속력,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했습니다.

칙센트미하이의 달리기와 몰입에 관한 연구는 실로 방대합니다. 많은 실험과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그들의 선택은 몰입 상황에서 어려운 한계를 계속 뛰어넘어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한 가지에 쏟아붓습니다. 몰입의 경험은 개인적이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숙련된 러너라면 달리는 동안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현상을 느낄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속도, 방향, 보폭, 호흡 등 인체는 생각의 지체 없이 반응합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몸과 마음이 일체가 되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갑니다. 달리기에 빠져드는 동안 전두엽의 기능 저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발판으로 작용합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주변의 요소 중 중요한 것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동시에 잠재되어 있는 기억이 작동해서 훈련을 통해 연습한 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몸이 훈련하는 동안 뇌가 활성화되는 기능도 같이 훈련됩니다. 몸(신체활동)과 정신(뇌활동)이 연결되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맥스 킹과 같이 어떤 일에서든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창의력은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들, 여러 가지 감각이 새로운 조합을 이룰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명확한 목표, 집중력,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지금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 내적 동기부여, 성실함, 열망, 새로운 자극에 촉발되는 뇌신경세포들의 반응은 달리기를 통해 강화되고 향상됩니다.

또한 창의력은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어려운 국면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선택할 것인가? 혹은 참신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더 나은 삶의 방향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내 안의 모든 요소들을 끌어모아 최적의 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를 정직하게 분석하고 집중해야 할 대상에 대해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어느 수준 이상의 꾸준한 신체활동을 통한 몰입 경험은 뇌과학, 생리학, 정서적 측면에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목표를 뛰어넘는 반복적인 경험은 기존의 틀을 깨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만드는 생각의 기초체력이 됩니다.

이 모든 경험과 노력, 결과가 더 나은 삶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두 발이 지면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속도가 붙어 깊이 빠져들 때 뇌는 살아나고 깊은 곳에 숨은 생각들이 길어 올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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