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근육 다지기
일일보고서, 주간보고서, 업무일지, 실습일지... 다이어리, 독서기록...
우리는 일상의 많은 것들을 노트, PC, 휴대폰, SNS에 다양한 형태로 기록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일 할 때 흔히 쓰는 업무일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업무일지는 업무 이름과 기간, 종류, 목적에 따라 업무를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 기록하는 것입니다. 일정하게 진행되는 업무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효율적인 진행을 돕는 문서이지요. 업무의 요약, 진행상황, 특이상황 등으로 구분하고 계획과 목표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일지를 쓰는 목적은 불필요한 시간과 행동을 최소화하고 일의 성과와 효율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기록은 현재를 파악하는 근거 자료로써 과거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평가와 반성을 통해 미래를 계획하도록 도와줍니다. 일지를 쓰다 보면 셀프 피드백을 됩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죠.
운동하는 동안 어떤 동작들을 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운동이 끝남과 동시에 기억이 희미해지고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붙잡아 두려면 달리거나 수영을 하거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운동 부위에 최대한 집중하고 머릿속으로 실행 내용을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운동 내용을 기억하고 일지를 쓰는 일을 반복하면 신기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무엇을 했는지 더 잘 기억되고 그 행위에 집중하는 동안 자세가 더 바르게 잡히는 겁니다. 마치 머리가 운동을 하는 것처럼요.
제가 했던 수영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름의 언어로 작성해서 생소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언어로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것, 일지는 사실을 세밀하게 적는 일기와 같습니다.
운동일지의 구성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정답이 없으니 자유롭게 써 내려갑니다.
2021. 10. 7
- w.up
200m ba swim
- pre set
50 x 3 fly one arm / two arms @fin, paddle
50 x 3 fly swim @naked
- main
kick training
200 x 1 fr kick 4'00" (3'00") @fin
100 x1 easy swim
100 x 2 maximum effort 1'30" (1'31"-1'31") @fin
100 x 1 easy swim
50 x 4 maximum effort (1'10"-1'12") @naked
100 x1 easy swim
- swim
3 x 25m, 50m, 75m (DPS)
dolphin kick 8번 후 스트록 15회 이하
- 접영 시 상체가 들리지 않도록(출수 킥 길고 강하게 눌러주지 못 함)
- 패들 끼고 풀 동작에서 천천히 당김 (빠르게 당기면 저항이 커짐)
- 코어 잡고 킥 (힘들수록 누르면서 : 추진력이 줄지 않도록)
- 돌핀킥 골반 아래까지 눌러주기
구성은 자유롭지만 시간의 순서대로 씁니다.
구간별 종목을 디테일하게 작성합니다.
종목별 소요 시간을 체크합니다.
종목을 수행하는 동안 특이점과 느낌을 적습니다.
전체 운동량과 전체적인 평가로 부족했던 점을 발견하고 반성합니다.
일정기간 운동 후 전체 데이터를 비교합니다.
모아진 데이터를 해석하면 지난 운동의 시간과 운동량, 강도의 범위 알게 되고 다음 운동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하자면 내 몸의 특이점을 발견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의 지표로도 쓰입니다. 6개월간의 제 운동일지를 보니 지구력 훈련에 더 강한 몸이었습니다.
종목마다 표시하는 항목이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운동할 때의 느낌과 생각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기억도 잘 안 나고 쓰기도 어색합니다. 한 달 정도 반복하면 매번 더 잘 기억되고 쓰기는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냥 일기처럼 씁니다. 움직임의 느낌을 살피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나 신체 균형이 안 맞을 때는 감으로 알 수 있습니다. 느낌에 집중하기 때문에 감각도 더 좋아집니다. 기억과 집중은 운동능력과 체력을 한 단계 올려줍니다. 이 것이 운동일지의 순기능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몸이지만 동작을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뇌입니다. 뇌가 그것을 인지해야 내 몸은 원하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변화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다, 바쁘다, 하기 싫다." 이런 신호를 보냅니다. 일지를 쓰면 감정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고 운동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운동감각은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인지한 상태로 시간을 소비하면 운동능력과 체력은 조금이라도 향상됩니다. 운동을 즐기면서 오래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영원한 몸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더 잘하고 싶어 합니다. 만족의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때론 조급함과 욕심으로 할 수 있는 능력치를 발휘하지도 못하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도 합니다.
특정 사실을 적는 일지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는 내가 가는 방향과 목표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이정표입니다. 이 것을 통해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선택한 운동에서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이 선택이 목적에 부합한가?'라는 질문으로 길을 잃지 않도록 하고 때론 더 바람직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는 경험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내일의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