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주동자는 우리 반 부반장 여자아이였는데,
피부도 까맣고 또래 친구들 답지 않게 늘 어두운 분위기의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쉬는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까르르 웃으며 화장실로 가는 여자아이들과 책상 위를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은 더더욱 길었다. 그때는 급식이 없었고, 매일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가야 했다. 점심 종이 울리면 혼자 조용히 도시락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은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로 꽉 차있었고, 나는 학교 건물 뒤쪽에 있었던 작은 토끼 장안의 토끼에게 풀을 뜯어 주거나 닭장에 있는 새들을 한참 구경했다.
그러다가 5, 6학년 언니들이 몰려와 고무줄을 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 자리마저 피해 학교 운동장에 있던 도호부청사 뒤 후미진 곳에 쭈그려 앉자 있다가 수업종이 울리면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반 아이들이 딱히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요즘 심각한 학교 폭력처럼 나를 때린다거나, 돈을 빼앗는 일은 없었다. 단지 나와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내게는 그런 학교가 집보다 편했다.
그래도 그때 느꼈던 외로움과 슬픔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다. 내가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도, 친구도 다 나를 미워하는 거라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자책 했다.
고맙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좋은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고, 첫 학기가 끝날 무렵, 내게도 도시락을 함께 먹을 친구들이 생겼다. 그 아이들은 나의 검은 피부도 조용한 성격도 개의치 않고 나를 좋아해 주었다. 그 친구들 덕분에 나도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에도 중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에서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시했으나, 도가 지나칠 때는 맞서 싸우기도 하며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나에게 타인의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었다. 항상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 아닐까, 내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할까 노심초사하며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 박사 윤대현 교수님은 주변에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에 1명은 나를 좋아하고 2명을 나를 싫어하며, 나머지는 7명은 내게 관심이 없다고 하셨다. 내가 그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 왔다. 물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의 영향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 내 삶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끌려가지 말고 내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과 생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단면만 봐서는 서로를 판단할 수 없다. 나를 미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각자가 가진 삶의 배경과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도 나도 소중한 사람이다. 나를 미워하든 좋아하든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당신은 내게 상처를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