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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고작 15권(3/15)

제3권-패턴시커

by 바다남

아침 6시 기상, 한 시간 반의 책 읽기 시간.


단 이틀 만에 독파해 버린 책이 있다.

물론, 실제로 3시간이면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양은 결코 아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치 3~4시간 만에 끝난 것 같은 몰입감을 느꼈을 뿐.



패턴시커는 사이먼 배런코언의 책이다.

그는 '자폐증 아이'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자폐 특성을 띈 사람을 대상으로 '정상인'들이 얼마나 잔인한 잣대로 판가름하는지를 일깨운다.


때마침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직후였다.(인간 편의를 위한 분류 작업이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으며, 그 위험성과 파괴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경고하는 내용의 책이다.)


같은 바다에서 태어났지만, 참치를 고등어처럼 다루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사람은 어리석게도 사람을 향해서는 그렇게 대하는 큰 오류를 범한다.


어떤 이는 예술을 잘한다.

어떤 이는 수학을 잘한다.

어떤 이는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반복되는 패턴에서 안정을 찾는 감각이 뛰어나다.


성공한 완벽주의자를 향해서는 찬사와 존경을 보내면서도, 완벽을 쫓는 자폐적 이들은 '병을 앓는 이'로 분류한다.


나는 오히려 두려움에 휩싸였다.

내가 패턴을 찾는 특성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란다.

스스로를 공학적이며, 꽤나 알고리즘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았는데..

나는 '패턴시커'에 미치지 못하다는 결과지를 받아보았다.

나는 위대한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섬세함과 완벽주의적 성향이 아니라는 점에 탄식했다.


"나는, 이들처럼 될 수 없는 것인가."


슬펐다.

평생을 외롭고 고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지니고 버텨온 것은 남다른 특질을 지녔다는 기대와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패턴시커'와 비교하니 정상인에 불과했다.

스스로를 '보통이면서 보통과 섞이지 못한, 단순한 부적응자'라는 사실을 마주한 듯했다.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 든다.

물론, 인생이 반드시 패턴시커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 아님을 안다.

그저 스스로에 대한 잠시의 실망감이겠지.


저 하늘 위에 있던 이상의 의자에서 내려와

땅에 발 붙이고 해야 할 일을 해나가야겠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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