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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고작 15권(4/15)

제4권-인간의 굴레에서

by 바다남

잠에서 깨어 책부터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지금.

주말의 여유로운 낮 시간을 더 이상 볼 것 없는 넷플릭스를 하염없이 표류하기보다는 다 못 읽은 책을 들어 스스로 유영하게 되었다.


15권 중 4권을 마쳤다.

(이 책은 1,2편으로 되어있고, 각 편마다 꽤 두꺼워서 5권이라고 여기고 싶지만 말이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는 소설임에도 현실의 적나라함을 그대로 담아놓았다.

수필 같고, 자서전 같지만 엄연한 소설이다.

현실로 와닿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 실제 겪은 일을 주인공의 스토리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인물의 성장, 생각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순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볼 수밖에 없도록 한다.


감히 예상해 보건대,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주인공 '필립'의 심정에 공감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또는 등장하는 주변 인물의 모습이 나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인 필립을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여성의 시점은 다루어지지 않아 여성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초반부가 어렵다.

주인공 필립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다루는데, 전지적 작가 시점이고, 어른(서머싯 몸)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시선과 감정과 행동을 그대로 서술해 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어른이라면, 잠시 납득이 안될 수 있다. 그저 읽자. 이미 어른이라서 잘 안 읽히는 것이니.

필립이 청년일 때는 독자로서 그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리고 1권 후반부를 지날 땐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한국이 아닌 영국이고, 시대적 배경도 아주 먼 과거다.

그런데 어째서 필립이 겪는 '심경의 변화, 생각의 변화'는 2024년의 나와 어쩜 이리 똑같은지.

'인간의 굴레'는 변하지 않음에 공포가 밀려든다.


내 일상의 대부분을 잠식한 채 정신없이 읽어내리기를 반복했다.

'제발, 부디 필립의 상황이 나아졌으면, 탄탄대로를 걸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인간의 굴레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무섭고 소름 끼치는 책이다.

그래서 읽어야만 했다.

왜 이제야 읽었는지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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