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안 Aug 30.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영어 발음 공부법

나의 영어 이야기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영어 교과서를 처음 받았다. 선생님의 구수한 토종 영어 발음을 따라서 26개의 알파벳을 하나씩 하나씩 따라 읽어 가면서 공부했다. 공책에 빽빽하게 쓰면서 영어 단어를 외우기는 싫었지만, 신나게 웃으면서 영어 챈트를 따라 부르는 것은 재밌었다. 


어렸을 때부터 팝송을 따라 부르고, 영화 대사를 따라 말하고,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졌다. 아니, 그때 당시에는 세상에 미국식 영어 하나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는 영어 선생님이 언제나 그날 날짜의 번호를 불러 영어 교과서 본문 읽기를 시켰다. 


버벅거리면서 본문을 읽는 사람은 웃음거리가 되고, R 발음을 부드럽게 내고 th 발음을 구별하여 읽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경쟁심이 강했던 어린 나는 친구들에게 웃음거리보다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를 선택했다. 영어 읽기가 익숙했지만 원어민 발음을 내기 위해서 혼자서 본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연습했다. 



고등학생 때 수능 외국어 영역을 공부하면서 영어 듣고 받아 쓰기를 처음 해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영어 발음기호를 배웠다. 지금 같이 스마트폰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두꺼운 영어 사전이나 값비싼 영어 전자 사전으로 모르는 영어 단어 뜻을 찾았다. 어렵게 찾은 영어 단어 옆에는 항상 이상한 기호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영어 발음기호였다. 


영어 발음기호를 읽는 방법을 배우면서 모든 영어 단어를 소리 내서 읽을 수 있었다. 그전에는 영어 단어와 발음기호를 찾아도 어떻게 소리 내서 읽는지 몰랐기 때문에 친구의 전자사전을 빌려 영어 단어를 음성으로 들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어 단어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발음기호를 보고 직접 읽을 수 있으니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미국인 선생님의 원어민 수업을 들었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했지만, 막상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면 가끔 원어민 선생님은 다시 질문을 했다. 나름 머릿속에서 적절한 영어 단어를 생각하고 완벽한 영어 문장을 만들어서 입 밖으로 내뱉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What? Come again? What did you just say? How do you spell it?  


  

시험 문제를 틀린 것처럼 그 순간들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이상하게 창피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구강 구조가 다른 원어민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몰랐던 어린 나는 그만 자격지심에 빠져버려 한 동안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영어 발음만 연습했다.


서호주 퍼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처음 경험한 호주 영어는 새로운 영어였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때 경험한 미국 남부식 영어, 중국식 영어, 인도식 영어는 또 다른 새로운 영어였다. 전 세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경험한 영국 영어, 유럽식 영어, 남미식 영어 또한 또 또 다른 세계의 영어였다.


그들의 영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들도 나의 한국인 억양의 영어를 이해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어 발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서서히 사라졌다. 무거운 짐이 사라지면서 영어를 보다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고, 영어 실력도 더 빠르게 늘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출신 등의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출신의 다양한 아시안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까지 경험하면서 영어 발음에 대한 나의 관점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똑같은 영어 단어를 말해도 나라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다르게 발음된다. 물론 어느 정도 서로가 알고 있는 비슷한 발음으로 말해야지 상호 간에 오해 없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영어 단어가 어떻게 소리 내어 들리는지 들어보고, 어떻게 소리 내서 발음해야 하는지 직접 여러 차례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꾸준하게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 발음은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나만의 개성이다. 처음에는 그저 부끄러웠던 한국인 억양의 영어 발음을 누군가는 귀엽다고 좋아해 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영어를 잘한다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 영어 발음에 콤플렉스가 있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꾸준하게 연습하면 발음은 원어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다. 단, 나만의 정체성을 조금은 남겨서 말하는 것도 괜찮다.



미국은 30개 정도의 방언 소위 사투리가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미국 남부 억양을 좋아하고 가끔 따라 하는 것을 즐긴다. 대한민국에도 부산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 같이 다양한 사투리가 존재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부산 사투리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 

  



Y'all ain't got no worries about how you speak. Just say things the way you like.

이전 09화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영어 말하기 공부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