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혼자가 되기 위한 종이 한 장
빛을 삼키는 어둠 속에서도
가족에게서 도망친 건 감정이었다.
하지만 진짜 독립은 종이 위에서 시작됐다.
집을 구한다는 건 단순히 방을 고르는 게 아니었다.
계약서라는 벽과 맞붙는 일이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집주인이 진짜 주인인지 확인해야 했고,
집에 근저당이 걸려 있다면
내 보증금은 언제든 날아갈 수 있었다.
전입세대 열람으로
다른 세입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었다.
계약서에 적힌 계약금·중도금·잔금 날짜를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발목을 잡히기 쉽다.
작은 글씨로 빼곡한 관리비 항목도 함정이다.
난방비, 수도세, 청소비, 인터넷 사용료.
뭐가 포함되고 빠지는지 모르고 사인하면,
매달 생활비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꿀팁:
계약이 끝났다면 주민센터에서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아라.
도장 하나로 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이걸 빼먹는 순간,
수백만 원이 허공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짐은 하루 만에 옮겨졌지만,
진짜 중요한 건 짐이 아닌 서류다.
먼저, 이사 당일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전입신고다.
이사 후 14일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낸다.
정부 24에서 몇 번 클릭으로 끝낼 수 있지만,
그 몇 번을 미루는 순간 불필요한 돈을 날리게 된다.
전입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를 같이 받아야
보증금이 법적으로 보호된다.
그다음은 공과금 명의 변경.
도시가스, 전기, 수도, 인터넷, 통신사.
하나라도 빠지면 고지서는 옛집으로 가고,
연체료는 내 통장으로 찍힌다.
은행, 카드사, 택배 앱까지 주소를 바꿔야 한다.
도망친 하루는 짧았지만,
독립을 증명하는 절차는 차갑고도 집요했다.
꿀팁:
도시가스·전기 고객센터에 전화해
“몇월 며칠에 이서 간다”라고 알리면
당일 자동 정산된다.
검침원 부르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은 해지 위약금이 크니 옮기는 게 낫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인터넷이 있는 방을 찾는 것이다.
부모의 집을 나온 순간,
건강보험이 내 앞을 막아섰다.
피부양자 신분을 잃는 순간 나는 지역가입자가 된다. 한 달에 최소 몇 만 원에서,
많게는 십만 원 단위까지 낸다.
직장인이라면 회사가 알아서 처리해 주지만,
알바나 프리랜서라면
모든 금액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
독립과 동시에 통신비, 공과금 등 각종 고지서가
내 이름으로 도착한다.
그제야 깨달았다.
독립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라는 걸.
집을 나온 건 감정이었다.
하지만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라는 두 번째 벽을 넘어야 했다.
계약서, 도장, 전입신고, 확정일자, 건강보험.
다 차갑고 무심한 서류들이었다.
하지만 그 종이들을 하나하나 밟고 지나가지 않으면, 나는 그저 집을 나온 사람에 불과했다.
도망은 하루면 충분했지만,
독립은 종이 위에서 완성됐다.
나는 서류와 도장 위에 서서 혼자가 되었다.
걸음이 느릴지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도착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흔들릴 필요 없다.
나만의 속도로도 충분하다.
작은 성취도 쌓이다 보면
어느새 큰 산을 넘어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은 우리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결국 빛을 본다.
오늘도 네가 선택한 길 위에서
스스로를 믿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