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초기, 현실적인 어려움들

진짜 혼자라는 걸 깨달은 날

by 순간
독립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c : insta @framelight_ /



독립이란 단어는 가볍지만

그걸 감당하는 삶은 너무 무거웠다.




집을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냉혈 했고,

나는 매일 은행 앱을 열어 잔액을 확인했다.




살 곳을 찾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조차

모두 낯설고 외롭기만 했다.


독립 준비



스물 하나의 오월, 코로나가 한참이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나의 21살은 녹록지 못했다.



본인만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20대,

동급생들은 큰 포부를 가지고 세상에 발을 내렸다.



대게 대학교 합격과 불합격, 전공 선택의 고민,

해외 시민권 취득과 같

저마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 역시 새로운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나는 단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버텼다.



해외 대학에 대한 욕심은 없었으나,

독립을 위한 가장 명확하고 안전한 방법은

'대학 입학'이었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면접도 보았고, 일을 시작했다.



첫 현실의 벽



하지만 지원하는 족족 알바에 계속 떨어졌다.

사람이 이렇게 쓸모없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연락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독립이 아니면 살 수 없었으니까.

이런 가족들과 사는 것보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혼자 사는 것을 원했다.



처음 해보는 알바였기에 잘리기도 몇 번,

마트, 판촉, 주차장, 공고가 뜨는 곳마다 연락을 돌렸다.




오히려 대학 합격 소식보다 알바 면접에 나오라는 연락이

더 기쁠 지경이었다.




그렇게 버티고 또 버텨서

9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알바를 했다.

이 악물고 모은 돈은 650만 원.





사회에 처음 나와본 나는

600만 원이 얼마나 적은 돈인지 몰랐다.

처음엔 그 돈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세상물정 모르게 순진했다.



1월 초, 친구와 부동산을 돌며 2월 초에 입주하는 계약을 했다.



보증금 100,

부동산 수수료 20,
월세 선지불 35.



대학에 들어가자 핸드폰과 노트북도 새로 장만해야 했다.
핸드폰 120, 노트북 50.



다이소에서 필요한 것들만 샀지만
이사 비용 30.



등록금 250.


그리고 남은 돈은 45만 원.
그걸로 한 달 반을 버텨야 했다.




당장 알바를 구한다고 쳐도 월급은 다음 달에 들어올 텐데,

걱정이 앞선 나는 곧바로 알바 사이트에 들어갔다.



외로움이라는 감정



운이 좋게도 첫 면접에서 바로 합격하게 된다.

평일 주 3일 편의점 알바, 오후 5시부터 12시.



학교 수업은 4일, 알바는 3일, 집에서 5km가 떨어진 곳이었다.

저녁 5시까지 출근해 자정까지 일하고, 50분을 걸어서 집에 왔다.



월세도, 교통비도, 식비도 지원해 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85만 원 월급으로 월세, 병원비, 밥값까지 해결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독립 사실도, 주소지 이전도 하지 않고

모든 연락처도 다 차단을 한 채 집을 나온 것이니



모든 것은 내가 해내야 했다.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했고, 배가 고파도 밥을 먹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학교 생활은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나갔다.




친구들이 술자리를 잡으면, 남아있는 돈부터 생각했다.
밥값이 아까워 가성비가 좋다는 학식도 먹지 못하고 집에서 맨밥과 김을 싸 와서 먹었다.




매일같이 청소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학교 생활을 즐기기보단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았다.




그땐 그냥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즐거울 여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살아냈다.

돌아갈 곳이 없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더 이상 참지 못했을 때

분노와 허탈함과 열등감이 밖으로 분출되었다.



자기 연민이라는 거대한 감정이

나의 인생을 갉아먹고

외로움에도 깊이 빠졌다.




밤길을 걸으며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았다.
말을 걸 사람도, 기대 쉴 사람도 없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인가?’ 싶을 정도로,
절실하게 외로웠다.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모두가 다 있는 것이 나만 없다는 사실에 슬펐다.



다음 학기 등록금은커녕,

당장 이번 달에 라면을 사 먹을 돈도 없었던 나는

충동적으로 휴학을 결정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알바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친구들의 SNS만 들여다보며
스물두 살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가족의 도움 없이 시작한 독립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였다.



돈, 그리고 외로움.

적은 돈은 사람을 고립시켰고,
고립은 깊은 외로움이 되어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나는 22살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조언을 해주고 싶다.



외로움과 열등감에 넘어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버겁게만 보지 말며

해야 됨을 인식한다면 일단 해라.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가족을 떠나야만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