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학왕라니 Sep 19. 2022

신규교사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12년차 교사가 그 때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몇 달 있으면 중등교사 임용시험이 있다. 임용시험을 친 후, 나는 붙었고 친구는 떨어졌다. 어떻게 공부했냐는 친구의 질문에 말보다는 글이 정확할 것 같아서 <단 한 명을 위한 합격수기>를 적어서 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 다음 해에 합격했고,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내가 써준 합격수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서.

남편과 주말부부를 한 지 4년차다. 타시도 교류신청을 해보지만, 희망이 없다. 차라리 임용시험을 다시 보는 게 빠를 거라는 주변 선생님의 말에 임용시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10년 넘게 지나서인지, 나의 능력이 퇴화되어서인지, 그 때와 상황이 달라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없다. 다시 임용시험공부를 할 자신이.


새삼스럽게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단해보인다. 대단한 사람들 중의 대단한 사람들이 또 시험에 합격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신규교사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너무 모른 채 지나온 것 같다. 그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이 글이 한 명의 신규교사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첫째, '따뜻한 카리스마'같은 환상부터 깨라. 

교사생활을 하다보면, '따뜻한 인자함'을 가진 분도 있고,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 둘을 각각 갖는 것도 힘든데 초반부터 '따뜻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지겠다고 덤비지 마라. 그걸 갖기 전에 지쳐버릴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눈마주치고, 일 년을 함께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둘째, '학교'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다른 영역에도 도전해봐라. 

학창시절에 모범생으로 학교에 다닌 사람은, 교사가 되어서도 모범생 마인드로 학교를 다닌다. 지금은 학생이 아니다. 교사도 한 명의 직장인이다. 평소에 관심있었던 분야가 있다면 꼭 도전해봐라.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한 가지를 정했다면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셋째, 실패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라. 많은 실패가 너를 더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수업을 10년 동안 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수업을 10년째 하면, 그건 경험이 1년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려면 겁나지만 도전해보고, 실패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라. 그 기록들이 결국 수업을 성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넷째, 지금부터 돈공부를 시작해라. 10년 뒤의 월급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라.

아무리 아껴써도 저금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 그건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하고나서나 마찬가지다. 아이가 생기면 마이너스 통장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뭐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경제관련 책부터 읽어라. 이해하지 못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읽어라. 10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소중한 건 네 자신이다.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지 마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마음두지 마라.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경우에는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는 방법도 있다. '교사'라는 직업보다 먼저인 것은 '자기 자신'이다. 어떤 일이라도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치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는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이다. 하지 못했으니 후회로 남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있다. 위의 5가지를 기억하며 10년을 보낼 생각이다. 이때까지의 후회이자 앞으로의 나의 다짐들.

이전 08화 책을 내고 나서 생긴 습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