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대로 써드립니다.
드라마 간접광고와 교양프로그램 협찬의 차이를 굳이 이야기 하자면 드라마에서는 제품 포장 그대로 보여주지만 교양 협찬에서는 제품 이름이 드러나게 촬영할 수 없다. 그래서 음식은 꼭 투명 그릇에 넣어서 제품의 알맹이를 보여줬고, 협찬 방송을 처음 해보는 피디의 구성안에는 '*제품 투명 그릇에 담아 셋팅' 을 명시해줬다. 그리고 간혹 협찬사에서 꼭 포장지를 방송에 내보내달라고 요구하면 앞부분이 아닌 뒷부분이 나오도록 했다. ‘협찬인데 협찬 아닌 협찬 같은 너’를 만들어야 하는데 무리한 요구로 인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협찬 방송이 많아지면서 아이템이나 구성이 부장님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아닌 광고주에게 퇴짜맞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대부분의 광고주는 중간에 대행사를 끼고 진행을 한다. 대행사가 일을 잘하는 경우는 광고주의 요구와 방송사 사정을 잘 절충해서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결국엔 울면서 작가에게 사정하는 지경에까지 온다. 작가도 나름 직업의식이 있고 협찬을 한두번 해보는 것도 아니어서 허용되는 기준선이 있는데 울며 떼를 쓰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협찬은 오리, K우유, 캠페인, 과일, 청소기, 지방 축제, 건강식품 등이다. 축제나 캠페인은 현장을 가서 찍으면 되지만 다른 협찬들은 사례자가 필요하다. 그럼 내 주변에 적합한 인물부터 맘카페까지 사례자를 찾기 위해 머리를 돌린다. 인스타, 동네 친구, 아이들 친구 엄마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동원한다. 흡사 '보험 하나 들어줍쇼~'하는 것같이 주변인들과 주변인의 친구까지. 다행인 건 출연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난 다이어트 성공 사례자였다. 요즘엔 성공 사례자 찾기는 쉬운 편이다. 헬스장, 필라테스, 요가원 등에 전화해서 다이어트 성공하신 분을 찾고 운동하는 모습까지 찍어주면 기관에서도 홍보가 되니 협조가 좋았다. 다이어트 성공 사례자의 방송 출연 기본 조건은 성공 전 사진, 성공 전 입었던 옷이다. 사전 취재할 때 사진 유무, 다이어트 계기, 사연, 다른 방송 출연 유무 등을 물어본다.
섭외는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사례자가 추려지면 협찬사에서 따로 컨펌을 받고 다음 진행을 한다. 다른 작가들도 섭외에 많은 힘을 쏟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준다. 내가 진행을 못시켰던 사례자를 넘겨주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도 동원시켜서 도와준다. 우리 아이들은 기억 못하는 본인들 방송 촬영이 다섯 번 넘게 있었고, 나 또한 작가 언니의 부탁으로 라면 마니아로 나간적이 있었다.
특히 요즘엔 건강식품 협찬으로만 이루어진 방송이 따로 있을 정도다. 시청자들에게는 건강 방송이지만 작가는 수명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단 사례자 섭외가 어려웠다. 대부분 광고주가 원하는 사람은 심각한 병에 걸렸다가 극복하신 분들이었다. 이걸 만드는 우리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하는 약장수가 된 기분으로 ‘만병통치약’을 팔 듯 건강식품의 효능을 띄워야 했다. 사례자 섭외가 어려우니 점점 출연료는 올라가고 이 건강식품으로 출연했던 분이 저 건강식품으로 출연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이런 꾼들은 방송 출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돈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작가가 제일 약자인 걸 알고 있어서 출연료를 터무니없이 많이 요구하고, 소품용 건강식품을 더 많이 가져오라고 하기도 한다. 너무 심하게 '갑질(?)'하는 사례자는 도저히 용납이 안돼서 이를 악물고 다른 사례자 찾기에 돌입한다. 작가로서의 기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은 사례자가 건강식품 이외, 건강을 위해 실천한 부분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다. 건강을 위해 섭취한 식품은 협찬식품으로 나타내야 하기때문에 운동, 취미, 생활습관 등에서 건강 습관을 찾으려고 했다. 시간은 촉박하고 사례자는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꾼’사례자로 방송을 만들 때 외, 진정한 건강 사례자를 찾았을 때는 배울점도 있고 즐겁기도 했다. 방송을 좋아하는 긍정 에너지 가득한 진정한 건강 사례자 찾기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힘들게 암을 극복하고 방송에도 잘 나갔는데 부고 문자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문자는 또 다른 충격이다. 사람이야 언제든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지만 한번의 위험을 극복하고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분이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건 가혹하다 생각했다. 방송을 하며 항상 생각한다. 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항상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