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자주 '삐----------' 소리가 났다. 눈과 입술도 계속 떨렸다. 머리 뒤쪽부터 시작해 귀 뒤, 어깨까지 아프고 빳빳하게 굳었다. 그래도 계속 일을 했다. 나에게 이 정도의 불편은 작가를 하면서 꾸준히 따라왔다. 가끔씩 병원을 가긴 했다. 목디스크가 있었기 때문에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전전했고, 귀에서 나는 소리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도 받았다.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긴 날들이었다.
신랑이 일이 너무 힘들다며 오래 했던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때였고, 나는 건강프로그램을 하며 스트레스로 눈앞도 잘 보이지 않을 때였다. 빨리 일을 마치고 쉬고 싶은데 피디는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전화해출연자에 대한 쌍욕을 했고, 출연자는 피디에게 못하는 하소연을 만만한 나에게 해댔다.
한 시간짜리를 선배 작가와 둘이서 만들었다. 막내 작가도 없었고, 사례자 섭외 작가가 따로 있는데 시원찮았다.
새벽 2시. 원고를 쓰는데 화면 속 출연자와 피디 목소리에 숨이 안쉬어졌다. 목과 어깨만 빳빳한 것이 아닌 얼굴도 빳빳해지는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니 왼쪽 입술쪽이 살짝 삐뚤어진 것 같았다. 일단 원고는 마무리해야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시 거울을 봤다. 확실히 입술이 삐뚤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한의원에 갔다. 그 전 증상들이 있을 때 왔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다. 친하게 지내는 동네 언니들에게도. 가족에게도 말을 못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굴이 부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얼굴이 부었다. 물을 마시는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이 질질 흘렀다. 삐뚫어진 입술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밥도 잘 못먹었다. 입에 침이 많이 고였다. 시댁 식구들이 살쪘냐고 하기도 했고, 얼굴에 뭘 맞았냐고 하기도 했다. 몸이 좀 안좋아서 부었다고 얘길해도 믿지 않았다. 온 몸이 삐그덕대고 모든 게 부자연스러워 로봇이 된 것 같았다. 선배 작가에게는 힘들어서 이번 방송까지하고 그만두겠다고 '선포'했다. 몸만 망가진 건 아니었다. 화장실이나 방에서 문을 닫고 있으면 숨이 안쉬어졌다. 욕실에서 있다가 아이에게 다급하게 문 좀 열어달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얼굴이 굳어버려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내 얼굴을 이상하게 볼까봐 밖에 나가는 걸 꺼렸다. 만나자는 연락을 받으면 핑계대기가 힘들어 점점 연락도 안받았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섭섭한 게 있어서 피하는 줄 알고 오해했다. 오해를 해도 지금의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그냥 조용히 있었다. 점차 사람들에게 잊히기 시작했고 고요했다. 책읽고 글쓰며 집에 있으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 그렇게 한의원에서 두 달 넘게 침을 맞으니 얼굴은 다시 괜찮아졌다.
아이들 키우며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방송 작가일이 나의 건강 때문에 불가능할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 제안에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됐다. 또 예전처럼 몸에 이상이 생기면? 또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론 낸 것이 일단 건강을 회복하자 였다. 지금은 나의 마음과 몸을 회복하기 위해 합기도를 시작했고, 매일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평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방송을 안하면 난 작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지기때문에. 나 자신을 찾기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