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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드는 날아가 버렸을까?

예술은 사과의 맛이 난다 EP.10_ 사랑, 첫 번째. 교감

by 장지혁 Mar 31. 2025

예술 작품들을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사랑.


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탐구해보려 한다. 사랑이란 뭘까?

나에게 사랑은, 절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다.

영화 '노트북' 중에서영화 '노트북' 중에서

처음 ‘사랑을 왜 하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왜 연애를 하고 싶을까?’로 이어졌다. 하지만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인간관계가 쌓이면서 사랑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씩 깊어졌다. 그때쯤 내가 내린 연애의 이유는 ‘안정감’이었다. 나는 원래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 그 불안이 깊어질 때마다 나를 붙잡아줄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 불안은 누구도 대신 붙잡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뒤로는 ‘서로 발전하는 연애’를 꿈꾸게 되었다. 상대의 일과 나의 일이 분리되고, 각자의 영역이 존재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성장시키는 관계. 그게 사랑의 가장 건강한 형태라고 믿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생각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의 일과 커리어가 중요한 사람일수록, 나에게 시간을 쓰지 않았다. ‘나의 일과 공간이 중요한 연애’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고, 가끔 응원해주며, 깊은 대화를 나누는 관계라면, 나는 이미 몇몇 친구들과 그러고 있었다. 굳이 연애라는 도전을 하면서까지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결국, 연애를 통해 남는 건 뭘까? 단지 스킨십이 가능한 친구를 사귀는 일에 불과한 걸까? 그런 식이라면, 연애에 대한 필요는 내게 그리 크지 않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연애를 하고 싶고, 사랑을 느끼고 싶어할까? 이 질문이 시작이 되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묻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에서 그 마음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인 관계를 위해 연애를 하기도 했다. 외형적인 매력, 스킨십에 대한 욕구, 혹은 친구로부터는 받을 수 없는 정서적인 교감.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첫눈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을 파악하고, 서로의 감정을 비교하고, 온전히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로 시작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애는 아주 천천히 찾아온다. 그 시간을 감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육체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FWB 관계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런게 사랑의 본질일까? 아주 천천히 마음의 깊이를 더해가면서, 나의 감정과 너의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다듬어 가야하는 것일까? 첫눈에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에게 더 다가가려는 생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는 로망스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을까? 다시 나로 돌아가서 나는 어떤 누구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있었을까?


아마 큐피드가 저 멀리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하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천천히 그리고 오래 그 사람을 바라보며 감정을 쌓아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오랜 교감 끝에 사랑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오래 본다고 나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진짜 누군가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사랑은 그 사람을 끝까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인데, 그 사람은 어떻게 찾는거지..? 


그래서 나는 언젠가 날아갔던 큐피드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와 이어준 큐피드의 화살을 스스로 재며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감이라는 것이, 그리고 공감이라는 것이 재고 고민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돼.’

‘저 사람은 이래서 싫어.’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재단하고 부정하며, 큐피드의 화살을 내 손으로 꺾어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어떤 틀로 상대를 재단하지 않기로 했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큐피드가 화살을 쏘았다는 뜻일테니. 


큐피드가 왜 그 사람에게 화살을 쏘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끝까지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을 대하는 첫 태도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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