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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ul 17. 2022

하마터면 빠르게 살뻔했다

당신 삶의 속도는 몇 킬로인가요? ,


나는 원래 느리게 걷고 느리게 먹는 편이다. 

천천히 걷고 동네를 돌아보며 주변에 관심이 있는 것들이 보이면 잠시 멈추고 감탄하는 것, 그리고 노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빠름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내 속도를 잊어감이 아쉬울 뿐이다.





하마터면 빠르게 살뻔했다



  무언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몸과 마음이 바쁘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멈추고 서점을 가는 편이다. 미리 읽고 싶어서 메모해 놓은 책들을 찾기도 하고, 천천히 서점을 돌아보며 보고 싶은 책 고르기도 한다. 이번에도 나의 속도계가 이상 증상을 보이기에 서점을 찾아갔다. 책들을 보다가 하나의 책에 손이 갔다.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는 책이었다.


  요즘은 느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고 관심이 있기에 느림의 내용이 담긴 챕터를 찾아 읽었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중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출발 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음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중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세상의 속도에 꼭 내가 맞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느린데 세상은 빠르다며 불평하고 억울해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나의 속도를 주변에 어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상상한 이상으로
나는 느리니까 놀라지 말고
당신의 속도에 맞춰 너 갈길 가시오.

  빠른 세상 안에서 살다 보니 나의 속도가 무뎌질 때가 있다. 느림을 좋아하는 내가 하마터면 빠르게 살뻔했다. 모두가 빠르길 원하니까. 일도 밥 먹는 것도, 걷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림은 어느 정도의 느림일까? 느림이 왜 좋을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느려질 수 있을까?



다음을 생각하며 사라지는 지금 



  빠르다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각자가 가진 속도가 있다. 특히 자연을 보면 더 느낄 수 있다. 나무나 꽃이 자랄 때 내가 옆에서 물을 주고 노력을 한다 해도 그 속도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기술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나무가 원래의 나무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기술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나무가 원래의 나무인가는  필요가 있다. 


중국 송(宋) 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 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남한테 지는 것이 싫어 그 농부는 궁리 끝에 벼를 조금 잡 아 뽑으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이 보였다. 보다 못해 하루 종일 모를 조금씩 뽑아 올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가 족에게 말했다. “오늘 일을 많이 해 병이 나겠구나. 내가 모가 잘 자라도록 도와줬다.” 아들이 이 말을 듣고 그 이튿날 논에 나가보니 벼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 맹자(孟子)의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 


  어리석은 농부는 벼의 줄기를 뽑아 올리면 남보다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였다는데서 알묘조장(揠苗助長)이라는 말이 나왔다.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뜻이다.



  벼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고 그 속도는 옆에 있는 논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그 논의 벼 또한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을 테니까.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다. 빨리 자라게 도와준다며 벼를 뽑는 송나라의 농부처럼 우리의 삶도 뽑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하지만 서두르고 급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더 일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앞으로 놓인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며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 '다음'을 생각하며 서두르는 마음으로 '지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확실한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보다는 느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니까. 꼭 느려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의 속도를 알고 그대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당신 삶의 속도는 시속 몇 킬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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