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웨이브 Jul 24. 2022

삶의 속도를 튜닝하는 걷기

당신은 삶의 속도를 어떻게 튜닝하나요?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길'부터 제주 '올레길'은 물론 새로운 장소나 여행지에 갔을 때는 빠른 교통수단보다는 천천히 주변과 나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걷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걷는다는 것은
틀어진 삶의 속도를
나답게 맞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걷기는 빨라진 삶의 속도를 다시 튜닝한다




  평소에도 느긋한 편이고 여유로움을 좋아하는 내가, 삶의 속도가 너무 빨라진 거 아닌가 자문하곤 한다. 그럴 때면 늘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걷기'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집 근처를 걷기도 하고, 어딘가에 갈 때는 조금 일찍 나가 대중교통에서 목적지보다 한두 정거장 미리 내려 걷기도 한다. 그리고 하루 일정이 끝나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위치가 어디건 무작정 집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배우 하정우는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에서 걷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하루 평균 3만 보 이상 걷고, 집에서 촬영장까지 2~3시간을 걸어서 가는 날도 많다고 했다. 그에게는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이자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배우 하정우가 이야기한 것처럼 걷기는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걷기의 이러한 효과는 악기를 튜닝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악기는 연주하기 전에 음을 튜닝(조율)하는 작업을 꼭 한다. 대부분의 악기는 시간이 지나면 음이 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특정음에 맞춰서 튜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악기가 합주를 할 때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기 위해서 연주 전에 악장에 의해 모든 악기들을 튜닝을 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지낸다. 그런데 가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가 어색하고 낯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다른 이들과의 소통도 어긋나곤 했다. 그러면 악기를 튜닝하듯이 나 스스로를 튜닝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각기 악기의 소리가 고유한 역할을 할 때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진다. 개인의 모습이 스스로 자연스러울 때 만남도 자연스러워지고 우리의 일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일을 하거나 단순히 대화를 하더라도 누군가와 어우러지고 함께 하기 위해서는 잠시 잊은 나의 음, 나의 속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 걷기는 나를 튜닝하기에 가장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걷기 예찬



걷는 동안 여행자는 자신에 대하여, 자신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하여, 혹은 자신과 타인들의 관계에 대하여 질문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걷기는 미친 듯한 리듬을 타고 돌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질러가는 지름길이요. 거리를 유지하기에 알맞은 방식이다.
- 다비드 드 브르통, <걷기 예찬>,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0, p21


   프랑스의 작가 다비드 드 브르통이 쓴 <걷기 예찬>은 걷기에 관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책 중 하나이다.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나를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친 듯한 속도로 나아가는 삶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답게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해 행복한 감정을 찾고 그 과정을 통해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열어주고 숨을 가다듬어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만든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며 주변에 집중하는 걷기도 있지만 발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지면에 닿는 면을 느끼며 서서히 걷기도 한다.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걸으며 느끼는 몸의 작용으로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비드 드 브르통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걷기는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다.




  사실 걷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만큼 걷기란 매력적이고 느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이기 때문이다. 합주를 하기 위해 각자의 악기를 튜닝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속도에도 튜닝이 필요하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당연하듯 퍼지는 요즘이지만 우리가 더 행복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는 지점은 결국 사람들 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갈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속도를 찾으며 함께 어우러진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신은 삶의 속도를 어떻게 튜닝하나요?
이전 01화 하마터면 빠르게 살뻔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