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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그리고 ‘발가락 꽃’ 피우기(1)

건강, 그 뿌리를 파헤치다

by 빛숨 김광화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생각보다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나는 의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몸 공부를 나름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이다.


나는 먼저 아이들과 대화로 시작한다. 아이 나름 답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자신들이 겪는 감기와 기침에 대해서는 거의 전문의 수준으로 밝다. 자신들이 겪는 문제라 부모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이란다.


그럼에도 내가 눈여겨보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건 우리 몸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발 그리고 발가락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이 연재 4화에서 일부 다루기는 했지만 좀 깊이 살펴보자. 먼저 비유를 들면 이렇다. 우리 몸을 한옥이라 치자. 이 집을 크게 보자면 맨 아래 주추가 있고, 그 위로 기둥이 서며, 그 기둥 위가 지붕이다. 기둥을 우리 몸으로 보자면 발목 무릎 골반 허리 목과 같은 근골격에 해당한다. 겉보기로는 이게 무척 중요하다. 많은 힘을 받으니까. 문제는 주추다. 주추는 기둥 맨 아래에서 집무게 전체를 버틴다. 만일 주추가 틀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둥도 거기에 따라 틀어지고 창문은 삐걱댈 것이며, 머지않아 기둥도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 집에서 주추란 바로 우리 몸에서는 발과 발가락에 해당한다. 발은 그 사람의 체중을 견딘다. 사람은 네발 동물과 달리, 두 발로 자기 몸을 버틴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우리 몸은 조금씩 변형되고, 이 변형이 깊어지면 질병으로 이어진다. 위에 있는 목이나 허리가 구부정하여 몸 전체가 변형되는 원리보다 맨 아래 발이 변형되어 위로 가면서 차례로 틀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문제가 된다. 발과 발가락이 틀어지면 위로 가면서 다 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무게가 50킬로 그램이라고 해보자. 가만히 서 있을 때 허리가 받는 힘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발이 받는 무게는 몸 전체다. 근데 더 깊이 살펴봐야 하는 건 우리 몸은 이동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두 발과 발가락이 여러 아치를 통해 이 무게를 나누어 견딘다. 그런데 걸을 때는 특히 뛸 때는 엄청난 힘을 발과 발가락이 받게 된다. 자신의 무게에다가 땅바닥을 밀어내는 힘까지 같이 작용한다. 뛸 때는 중력 가속도까지 작용하여 몸무게의 두 세배에 해당하는 힘을 발과 발가락이 견딘다.


그럼에도 우리 몸은 이런 압력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되고 진화되었다. 발가락이 다섯 개로 갈라지고, 아치가 다양하게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다섯 개로 갈라진 데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엄지발가락이 가장 굵어, 아주 큰 힘을 견딘다. 새끼발가락은 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담당한다. 이렇게 발가락마다 고유한 역할이 있다. 만일 엄지발가락이 틀어지고, 새끼발가락이 필요할 때마다 제대로 벌려지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


아래 사진은 내가 즐겨보는 책 <새로 발견된 자연의학의 이론과 실습 K.S.S>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찬찬히 잘 보시기 바란다.


여기에 엄청난 비밀 아닌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발가락 다섯 개가 제자리에서 가지런히 움직일 때 그 힘들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발목 중심이 된다. 사진 오른쪽 아래처럼 무게 중심이 발목 X로 모인다. 그런데 사진 왼쪽 발처럼 발가락이 틀어지면 이 중심도 바뀐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힘을 쓰기도 어렵고, 조금만 힘을 쓰면 몸은 피로를 많이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해 '헛힘'을 쓰는 셈이다. 심지어 '골병으로 가는 힘'이다.


덩달아 발가락은 그런 변형을 견디고자 애쓰다 보니 점점 더 변형된다. 거기에 따라 발목 무릎 엉덩관절 허리로 이어지면서 지그재그로 우리 몸을 틀어지게 한다. 이렇게 근골격계가 틀어지면 몸속에 있는 여러 장기 역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갈라진 발가락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발 아치다. 발에는 아주 많은 아치가 있다. 발바닥만 해도 크게 세 개 아치가 있다. 가로 아치가 하나에다가 세로 아치가 둘이다. 가로 아치는 다섯 발가락에 작용하는 힘을 고르게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세로 아치는 안쪽 세로 아치와 바깥 세로 아치로 나뉘어 우리 체중을 효율적으로 분산하여 몸이 다양한 동작을 하게끔 뒷받침한다.


여기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대부분 잘 모른다. 발가락뼈 마디 하나하나를 보자. 특히 엄지발가락에 있는 두 개 뼈를. 엄지발가락은 다섯 발가락 가운데 가장 굵다. 그만큼 큰 힘을 견딘다는 것을 뜻한다.


육안으로는 안 보이지만 발가락 뼈를 알면 이 역시 아치다. 발 전체가 길게 아치를 이룬다면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발가락뼈 마디 하나조차도 작게 아치를 이룬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발가락뼈 무료 이미지.jpg


엄지발가락 두 마디가 가진 아치의 곡률을 보자. 첫마디 아치가 둘째 마디 아치보다 원이 작다. 우리는 보통 걸을 때는 뒤꿈치가 먼저 닿아, 체중을 분산한 다음 앞꿈치로 나아간다. 그러나 빠르게 달릴 때를 보면 뒤꿈치는 거의 땅에 닿지 않는다. 대신에 앞꿈치로만 달리는데 이때, 엄지발가락 그 첫마디에 엄청난 힘이 가해진다. 당연히 거기에 따라 그 힘을 견디도록 뼈 곡률이 발달해 온 셈이다. 우리 몸에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할 때면 엄지발가락 첫 마디가 다 작동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야구 선수가 홈런을 치자면, 이 엄지발가락 첫마디가 탄성을 충분히 받으면서 회전해야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엄지발가락이 바닥에 있을 때와 엄지발가락으로 벽면을 밀면서 할 때랑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직접 해보시라.


자, 이쯤 되면 우리는 문제 하나를 또렷이 발견한다. 바로 신발이다. 신발은 양면성을 갖는다. 우선 보기에는 우리 발을 보호한다. 날카로운 조각들로 상처가 나지 않게 하며, 추위나 강한 열로부터 보호한다.


근데 이런 신발의 편리함과 아늑함의 역사는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해 온, 오랜 역사를 생각할 때 그리 길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가 꼭 신발을 신어야 한다면 굳이 발가락이 다섯 개로 갈라져야 할 이유가 없으리라. 발가락은 그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발가락 사이는 갈라져, 그 사이에 여러 이물질이 끼며, 땀이 나며,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세균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정말 발가락은 없어도 되는가. 없는 게 더 좋은가?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신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을까?

내가 생각할 때 그 답은 이렇다. 신발에 따른 발 변형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아주 서서히 이루어진다. 이어서 앞에 본 대로 발가락 변형에 따른 발목과 무릎 엉덩관절 그리고 허리 변형이 생기지만 이는 발가락보다 더 천천히 이루어진다.


그런 여건에서 당장 신발은 우리 발을 보호한다. 격렬한 운동이나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운동일수록 그렇다. 마라톤이나 암벽 등반 같은 경우다. 사실 생존을 걸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그렇게 오래 뛰거나 또 목숨을 걸고 바위를 오를 일이 없으리라. 하지만 스포츠가 갖는 여러 재미와 동기부여들이 결합하여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먼 거리를 뛰거나, 격렬한 순간 동작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 신발을 신고할수록 이 모두가 발가락 변형을 크게 가져온다. 몸짓에 맞게 발가락이 움직여주어야 하는 데 신발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힘으로 발가락을 변형시켰기에 이 변형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그만큼 어렵다.

맨발일 때는 발가락이 알아서 이런 모양으로 버틴다. 만일 신발을 신었다면?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맨발은 문화나 관습과도 관련이 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많은 사람과 다양한 자리에서 어울려야 하므로 아직 맨발은 그리 익숙한 풍경은 아닌 셈이다.


신발은 발가락 변형만이 아니라 발이 갖는 고유 감각도 잃어버리게 한다. 발 고유 감각이란 몸이 자신을 인지하고 위치, 움직임, 힘 등을 감지하는 감각 체계다. 이는 특히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이 어떤 자세인지, 어떤 힘이 가해지고 있는지 등을 뇌와 신경계에 전달하여 자동으로 조절한다. 발가락 변형과 고유 감각의 뒤틀림은 서로 맞물려 있다. 위 사진에서처럼 발가락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신발로 막히다보면, 나중에는 고유 감각이 왜곡되거나 사라진다. 몸은 본능적으로 발가락을 쫙 펼치고 싶어도 안 된다. 발가락 꽃이 피지 못하고 시들며, 나중에는 몸 이곳저곳이 병든다.


사실 나는 아이들과 캠프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발이 문제가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은 어리니까, 신발에 따른 발가락 변형이 크게 진행되지 않았으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발가락 상태를 점검하는 법은 간단하다. 발가락으로 가위바위보를 해보면 된다. '웃꿀'은 왼발은 보가 조금 되지만 오른발은 발가락 다섯 개가 거의 펴지지 않는다. '갓남'은 더 하다. 발가락으로 주먹을 쥐었을 때는 더 심각한 문제를 던진다. 엄지발가락이 휘면서 둘째 발가락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엄지는 무리하고, 둘째는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새끼발가락은 그저 가만히 웅크린 모습에 가깝다.

내가 발과 발가락에 크게 관심을 두는 건 내 몸 치유와 관련이 깊다. 거의 환갑이 지난 나이에, 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를 고쳐가는 과정은 길고도 길더라.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발가락이 틀어지는 건 손과 크게 다르다. 자기 체중의 몇 배 힘으로 틀어놓은 상태라 이를 바르게 하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신발 때문에 틀어지기는 쉬워도 제자리로 돌리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일상에서 늘 맨발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몸을 그 뿌리부터 바르게 하는 건 내게도 큰 과제이듯 자라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이들 덕에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또 바르게 고쳐주고 싶은 건 바로 몸. 구체적으로 발과 발가락이다. 이 아이들이 ‘발가락 꽃’을 제대로 피우도록…. 발가락이 부챗살처럼 활짝 펴지도록….


사실 이 발가락 꽃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절실하리. 발가락 꽃이 활짝 피면 건강은 물론 인생도 피니까...


(다음 호에서는 아이들과 발가락 꽃을 피우는 구체적인 노력과 놀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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