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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Aug 11. 2024

후일담

<오늘만 먹었을 뿐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브런치 활동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였다. 작가 승인은 받은 지는 좀 됐지만, 에세이를 좀 열심히 써보자는 마음이 든 게 올해 초라서 그랬다. 새로 시작한 연재의 제목은 고심의 결과도 아니었다. 그저 나이 들수록 과거에 집착하는 걸 경계하고자(곁가지로 들어간 경우는 어쩔 수 없고) 지금의 일상에서 내가 겪는 일들 위주로 적고 싶었다.


1월 21일 첫 연재를 시작하고 한 주도 빠짐없이 글을 올렸다. 때론 흥이 나서 때론 어거지로 써냈더니 그래도 연재를 놓친 적은 없었다. 그렇게 어느새 30번째 글, 그러니까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글 뒤에 남겨진 이야기를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가장 인기 있던 글은 27번째 연재 <시어머니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였다. 압도적으로!!! 나의 경우 한 편의 글 조회 수가 적게는 100여 회, 보통 200~300회 수준이다. 그런데 27번째였던 이 글의 조회 수는 이제 44천 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3주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 글에 라이킷이 달린다.


높은 조횟수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다음 메인 노출이었다. 그간 노출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나 이만큼 본격적인 노출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조회 수가 1,000회가 넘었다는 알림이 온 후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처음엔 신이 났고 점점 무서워졌다. 검색까지 해가며 노출된 위치를 찾아냈다. 홈&쿠킹 섹션 ‘당신을 위한 키워드’ 고부갈등 편에서도 맨 위였다.


미미하게 오르던 구독자 수도 눈에 띄게 올랐다. 특히나 내 브런치를 구독하고 첫 글부터 차근히 읽어가며 라이킷을 눌러주는 독자를 만나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작가'란 호칭이 좋으면서도 역시 면구스러운 나지만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달까? 글만으로 내가 완고한 타인의 호(好)의 영역 속으로 진입할 수 있단 사실은 기적과도 같다.


시어머니에게 내 글이 메인에 뜨고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은 불편함과 시어머니의 어깨가 너무 봉긋해질 것 같은 아니꼬움(?)에 나는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함구했다. 말하고 싶어 입이 가려워도 참았다. 이건 그저 나와 독자님들만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중간 점검처럼 가끔 올해 초에 썼던 <꾹꾹 천천히 말랑하게>가 떠오른다. 지금도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발 안쪽에 힘주고 걷기’. 오늘도 여전히 발 안쪽에 힘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너에게 이불을 사주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아이에게 이불이 생겨버렸다. 범인은 시어머니였고 나의 다짐은 허망하게 스러졌다. 이불만 사주면 혼자 자겠다던 소녀 어딨나요? 아이는 여전히 내 옆에서 잔다. 잠결 중에도 나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는 게 좋아 나는 괜히 자는 애를 집적거린다.


<아웅을 배웅하며>의 주인공, 3개월 일정으로 유럽으로 떠나셨던 시아버지는 건강히 잘 돌아오셨다. 오시면서 여자들, 그러니까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손녀의 선물만 사 오셨다는. 시아버지가 홈구장에서 사 온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아이와 커플티로 입고 있다.


<당신 폰 자판은 쿼티입니까?>라는 질문 앞엔 여전히 당당하지 못하다. 여전히 오타가 제법 많이 나서 아예 자판 속 마이크로 입력하는 꼼수를 부린다. <내 입 속 제철 행복>은 꽃놀이와 제철 음식을 넘어 제철 독서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었다.


상반기에 에세이를 너무 열심히 썼더니 조금은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쓸 에너지가 남지 않아 매번 내가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쓰는 일이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 메인 노출이 아니더라도 브런치 스토리가 아니라면 어떻게 몇 백명의 사람이 내 글을 읽어줄까? 그 소중함과 고마움에 더해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오늘의 의미가 아까워 나는 연재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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