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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조작단 Oct 17. 2021

나의 하얀 고양이




너를 보낸 다음 날

눈을 뜨고 얼마나 허전하던지

매일 내 발등에서 골골 소리 내며

아침을 맞아주던 네가 없으니

다른 세상인 것처럼

모든 게 소멸된 느낌

포근하던 침대 위가 그렇게

황량하고 매정할 수 없더라


아픈 너를 태우고 지나던 길

뒤에 앉힌 너의 온기를 한 손으로 느끼면서

주르륵 내리는 눈물에 억울하고 화도 났었지

그 눈물이 네가 되어 그 길을 지날 때면

너는 잘 있다는 듯 예쁘고 앙증맞은

채운(彩雲)으로 나타나 주기도 했어


네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아침이

너무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

일어나 보니 소파에 올라가

멍하니 창 밖을 보고

꼼짝 않고 있는 너를 장난스레

쿡쿡 찔러대며 뭐하냐 했던

그날 아침 말이야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그 작은 손등에

무시무시한 바늘을 꽂고

차를 태워 데려오는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네가 떠난 시간이

너와 함께했던 시간만큼 흘러

이제야 괜찮다고 이렇게 끄적여보지만

역시 아직인가 봐

감당할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책상에는 눈물의 흔적만

소복하게 쌓여간다


하얀 구름 닮았던 너

에메랄드빛 눈 빛나던 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반기던 너

욕실 문 앞 발치에서 바짝 붙어 기다리던 너

보드랍고 폭신한 나의 하얀 고양이



Photo by Mathias P.R. Redi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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