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낸 다음 날
눈을 뜨고 얼마나 허전하던지
매일 내 발등에서 골골 소리 내며
아침을 맞아주던 네가 없으니
다른 세상인 것처럼
모든 게 소멸된 느낌
포근하던 침대 위가 그렇게
황량하고 매정할 수 없더라
아픈 너를 태우고 지나던 길
뒤에 앉힌 너의 온기를 한 손으로 느끼면서
주르륵 내리는 눈물에 억울하고 화도 났었지
그 눈물이 네가 되어 그 길을 지날 때면
너는 잘 있다는 듯 예쁘고 앙증맞은
채운(彩雲)으로 나타나 주기도 했어
네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아침이
너무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
일어나 보니 소파에 올라가
멍하니 창 밖을 보고
꼼짝 않고 있는 너를 장난스레
쿡쿡 찔러대며 뭐하냐 했던
그날 아침 말이야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그 작은 손등에
무시무시한 바늘을 꽂고
차를 태워 데려오는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네가 떠난 시간이
너와 함께했던 시간만큼 흘러
이제야 괜찮다고 이렇게 끄적여보지만
역시 아직인가 봐
감당할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책상에는 눈물의 흔적만
소복하게 쌓여간다
하얀 구름 닮았던 너
에메랄드빛 눈 빛나던 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반기던 너
욕실 문 앞 발치에서 바짝 붙어 기다리던 너
보드랍고 폭신한 나의 하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