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국 방구석 주부 Apr 25. 2024

미국 초등학교 5학년 방과 후 프로그램

2024년 4월 18일(이주 629일 차)

미국에선 학교가 3시 반에 끝난다. 전 학년이 마찬가지다. 1학년도, 5학년도, 모두 같은 시간에 하교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방과 후 수업이 있다. 한국에선 방과 후 수업이 대부분 학교의 관리 하에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학생들이 신청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데, 미국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그 운영의 주체가 매우 다양한 편이다. 일부는 학교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 업체가 학교와 협약하여 프로그램을 신청하도록 하거나, 학부모회에서 직접 기획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운영의 주체가 다르다 보니 프로그램의 성격도 서로 다르다. 한국처럼 학기 동안 계속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프로그램은 일주일 동안 매일, 어떤 프로그램은 학기 내내, 어떤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이렇게 다양한 타임 테이블을 가지고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한다. 거기에 운영 주체가 다르니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나 방법도 서로 달라서 꽤나 집중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학부모회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다. 주로 가을, 겨울, 봄, 이렇게 세 시즌으로 나누어 한 달에서 한 달 반정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5~6개씩 매 시즌 운영한다. 우리 아이는 이 프로그램들 중에 체스, 운동, 방탈출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한 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두세 개씩 신청해서 참가해 왔다. 


이번 봄에는 자선 단체가 지역 대학병원과 협업하여 운영하는 ‘여학생 달리기 캠페인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일주일에 두 번 10주간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 교육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건강한 신체활동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엔 모든 학생들이 모여 5km를 달리는 미니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나와 아내는 아이가 보다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미국에 온 만큼, 다양한 신체 활동을 경험했으면 하는 맘에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매주 두 번 땀을 흠뻑 뺄 정도로 달리기를 하는데,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로 훨씬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 좋아 보인다.


이번 주에는 학부모회에서 특별히 진행하는 자전거 활동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는 주다. 방과 후 프로그램 중에 매주 한 번씩 몇 주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자전거나 농구 클리닉과 같이 한 주 동안 매일 실시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가 처음에 미국에 올 때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상태로 미국에 왔었는데, 이 집중 자전거 프로그램으로 자전거를 잘 타게 됐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 프로그램을 굉장히 즐거워해서, 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신청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이번주가 자전거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는 주여서 참여하게 됐다.


방과 후 수업이 있으면 아이가 더 늦게 집에 온다. (당연한 말씀) 주부 입장에선 아이가 집에 더 늦게 들어오니까 여러 가지로 시간 활용이 더 편리한 측면이 있어서 좋다. 아내 학교수업이 3시 반 정도에 끝나는 날이 많은데, 아이의 하교가 늦어지면 아내가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지 않고, 내가 데리러 다운타운에 나갈 수 있다. 개인 작업 시간을 더 길게 가질 수도 있다. 반면, 정시 하교 때는 학교버스로 하교를 하니까 편리한데, 방과 후 수업이 있으면 내가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한다. 학교가 멀지는 않아서 금방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은 꽤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아이의 방과 후 수업이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자전거 활동과 달리기 활동을 하고 집에 오니 땀에 폭 젖어서 오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대견스럽기도 하다.


공부 활동은 특별하게 하고 있는 것은 없다. 학부모회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 중에 가끔 과학 프로그램이나 독서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교과 공부를 위한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다. 악기, 스포츠가 아니면 기껏해야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과 관련된 부분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초등학생 고학년 아이들에게 학습을 많이 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이 없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혀 걱정이 없다. 오히려 그런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 아이가 수학 학원, 영어 학원, 사회과학 등의 과외 학습 환경에만 파묻혀 사는 환경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 만족스럽다.


이번 주, 아이가 땀을 쏙 뺐다. 한층 건강해지는 아이의 삶이 좋다. 


사진: UnsplashHuckster

이전 23화 개기일식 파티를 개최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