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밥'입니다.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생명을 제외한 생명체는 에너지가 되는 '먹이'를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먹이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과 완전 별개의 존재였던 음식물을 인간에게 흡수될 수 있게 변환시키고 흡수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팀이 소화기관입니다.
소화기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마이클 거손(Michael D. Gershon) 교수는 장을 제2의 뇌라고 했습니다. 뇌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니 장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비유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장이 가장 중요하다고(뇌 보다도) 말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2의 뇌라고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생명체에게 뇌보다 장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생명체의 진화과정에서 뇌는 장보다 뒤늦게 생성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생명학적으로 보았을 때 뇌보다 장이 기본이 되는 기능인 것이죠.
장의 가장 주요한 일은 외부의 물질은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기업에서 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부서는 '채용'과 '구매'부서입니다.
먼저 '채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면 해당 영양소는 몸에 흡수되어 건강한 세포를 구성해요. 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채용한 사람은 회사라는 거대한 개체의 세포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좋은 음식을 먹듯 좋은 인재를 채용해야 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이른 나이에 면접관으로서 '채용'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업을 사람으로 보고 채용을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채용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욱 깊게 깨닫게 되죠. 경험상 공장에서 찍어내는 과자나 획일화된 패스트푸드 같이 외우거나 뻔한 말을 반복하는 지원자보다는 자연에서 더위와 가뭄 비바람과 폭설을 견뎌내며 성장한 자연식 같은 지원자에게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구매'입니다. 채용이 세포를 구성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이라면 구매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처럼 회사는 원재료를 구매하고 가공하여 상품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당연히 좋은 원재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원료를 구매해야 생산의 결과물이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 될 것이고 곧 회사의 건강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식비와 같은 경제성 원리도 적용이 되는데 무조건 좋은 원료만을 살 수는 없습니다. 사람도 가진 돈에 비해서 월등히 값비싼 음식과 재료로 밥을 해 먹는다면 금방 파산해 버릴 테니까요. 적절한 가격에 가성비 높은 품질의 원재료를 사는 게 관건입니다.
* 재미있는 기업생리학 : 인사와 구매는 왜 주된 감사대상일까?
두 부서는 부정이 일어나기 쉬운 부서입니다. 뉴스에서 흔히 인사청탁이나 불공정거래등의 뉴스를 접하셨을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두 부서가 외부와 접촉이 많고 외부의 유혹이 끊임없이 지속되게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화기관의 장속을 떠올려보면 장 속은 내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외부입니다. 장안의 표면은 외부세계와 접촉이 많기 때문에 이물질, 외부의 독소(청탁, 로비) 등과 싸워야 하고 때문에 몸속 면역세포의 70%가 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원리를 알게 되면 소화기관의 기능을 하는 인사팀과 구매팀이 왜 감사(면역세포)의 집중대상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