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집 - 병원 - 집 코스에 학교를 넣으면 좀 새롭지 않을까? KTX로 1시간 거리래. 같이 학교 한번 다녀볼까? 공부가 아니라 나들이로 바람 쐬는 셈 치고... "
"......"
"매일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이니까, 병원 가는 요일은 남은 사흘에 예약하면 되고... 어때? 신선하지 않니? 네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
"나, 교실에서 또 의식을 잃으면 어떡해?"
"엄마는 항상 네 옆자리에!. 학교에서 기다려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율신경계는 지금 약물치료로 조절되는 듯 하니, 칼슘 하고 심장, 신장 상황만 잘 유지하면...
대학병원 다니는 중간중간 집 앞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자. 신장내과 선생님이 네가 혹시 몸에 이상을 느끼면 가까운 곳에서 즉시 추가 검사를 하랬잖아.."
"....."
아빠가 나섰다.
"아빠가 그날은 도시락을 준비할게. 요즘 남자가 하는 간편 요리 프로그램이 유튜브에 나오더라."
그렇게 아빠의 지원을 받아 누나 엄마와 큰누나의 규칙적인 지방 나들이가 결정되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복도에서 기다릴 수는 없으니 일단 두 사람 모두 등록해서 4주만 시도해보기로. 사실 큰누나는 누나 엄마의 황당한 제안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엄마의 희망을 지켜주려 4주 동안의 KTX 나들이에 동의했다.
그렇게 늘 누워있던 시간들이 일으켜 세워지고, 무모한 시도로 인해 온 집에 긴장이 걸렸다.
큰누나의 시간은 어디로 향해 가는 걸까? 불안과 함께 기대감도 슬피 곁들여진 시간이 열렸다.
아픈 사람에게도 적당한 긴장은 약이 되나 보다. 먼 곳에서 통학하는 전문 직장인들이 주로 등록한 대학원 수업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6시 30분에 끝나는 주 1회 종일 수업으로 강도가 셌다. 도서관에서 참고자료를 빌려볼 시간이 편치 않은 일정이지만, 도서관 이용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한번 더 KTX를 타고 다녀오기로...
큰누나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걸스카웃 시절의 가벼운 이동용 침낭, 양털 방석, 책 스탠드, 그리고 3 끼니 2인분 식사와 생수, 차, 뜨거운 물을 준비했다. 조국순례대행진 배낭처럼 빵빵한 배낭과 도시락 가방을 2개나 들고... 수업교재보다 많은 먹거리 가방, 누울 수 있는 채비들이 함께한 봇짐들.
집에서 새벽 5시 기상, 샤워 및 드라이 그리고 6시에 출발하여 용산역 7시 15분 발 KTX를 탄다. 마치 인천공항의 국제선을 타기 위해 나가는 것처럼 무리한 일정의 출발이 매주 2회 반복되는 걸로...
동물매개 심리치료 연구과정과의 조우...
4주 동안만 주 2회 다녀보기로...
큰누나와 엄마가 신을 2켤레의 슬립온 신발을 주문했다. 뭔가를 선택할 수 있음은 늘 행복하다.
친하고 또 친해서 화장실 주기가 같아진 두 여자가 배낭을 메고, 슬립온을 신고, KTX 기차를 타고 딱 1시간이면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주 1회 나들이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4주 동안 해보기.
누나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유재석 님의 '유 퀴즈 온 더 블록' 만큼이나 새로움이다. 누나 엄마는 유재석 덕분에 그의 아내 나경원도 좋아한다. 참 지혜롭고 따스한 부부라나...
시작...
희망...
불안...
동물매개 심리치료 연구과정과 함께 '시작'과 '희망'과 불안이 큰누나와 엄마를 향해 다가왔다. 그래도 시작은 언제나 희망이니까, 몸을 일으켜 시작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