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시험을 위한 정성은 날아가고

네 개의 바퀴가 반짝반짝

by 윤혜경


*아네모네 꽃말:기대

남편은 몇 번의 연수를 더하고 제법 똘똘해진 아내와 도로주행 시도 후 믿음이 생긴 건지... 시험 전날 자동차 세차에 더해 전임자에게 인수한 중고차 수준에 왁스를 칠해서 윤기를 내고 네 개의 바퀴까지 반짝거리게 만들어서 귀가했다.


남편의 칭찬에 고무되어 나도 우리 집 승용차로 남편을 슈퍼바이저로 정해 면허시험장에 동행하여 도로주행 시험을 보기로 했다. 1988년 전에는 한국에서 우리 차도 없었는데 남편은 1988년 겨울에 호주 도착 후 레슨 없이 자차로 단번에 호주운전면허를 취득했었다.



나도 승용차는 동승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조브레이크가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운전연습차를 빌리는 비용도 아낄 겸 시도해 보기로.


교민사회에서는 한국에서 운전을 잘했던 남편들은 첫 운전시험에 실패하고, 처음 운전을 배운 아내들이 단번에 붙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아다녔다. 도로주행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한 남편 운전고수들이 노인 요양원이나 학교 부근의 20~30km 속도를 미처 못 보고 한국식으로 60km로 달리다 아차 한다는... 그렇게 호주운전시험에 한 번씩은 떨어진다 했다. 반대로 운전을 처음 배운 아내들이 부들거리면서 초등학생처럼 시험 원칙을 잘 지켜서 단번에 합격한다는. 그러나 합격 후에는 역시 운전초보인 아내들은 30~40km/h의 속도로 부들거리며 도로를 기어 다니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과 마지막 도로주행 연습 후 양쪽 깜빡이 켜기, 안개등 켜기, 비상등 사용하기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시험장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지상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방지턱(Car Stopper)이 없던 시절 흰색 선 안에 차를 놓느라 고개를 뒤쪽으로 한껏 돌려서 확인했다. 주차된 옆 차에 부딪치지 않게 다시 양쪽을 조심하며, 이번엔 오직 백미러를 보면서 뒷 벽과의 거리를 어림짐작하던 차의 뒤쪽 어딘가에 뭔가가 닿아 저항하는 느낌이...


아, 작은 키의 덤불 같은 나무 한 그루에 부딪쳐 뒤쪽 브레이크 등의 크림색 가리개를 깨뜨리고 말았다.


내일 시험장에 나갈 차를 눈 깜짝할 새 망가뜨린 안 예쁜 아내 앞에서 다시 남의 편으로 돌아간 남편은 운전학습자인 아내의 조심성 없음을 지적했다. 조신하지 못한 아내가 된 나는 네 바퀴에 까만 광택 스프레이까지 반짝반짝 뿌려온 남편의 정성에 대한 고마움을 진작에 날려버렸다.


다음날 면허시험장 사무실은 아침 9시에 열고, 난 첫 번째 주행시험 응시자라서 밤사이의 사고결과를 알리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시험장으로 갔다. 혹시 고개를 공손하게 많이 숙이면 시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품고.


시험관들은 학원차로 시험 보던 때는 그냥 운전자의 옆좌석과 뒷좌석 심사관 자리에 앉았었는데, 이번엔 매의 눈으로 수험생 자가용의 차 상태부터 차 주위를 빙빙 돌며 점검했다.


그리고 차의 후미 등 부위를 감싼 플라스탁이 약간? 파손된 부위를 발견하고 표정이 굳어졌다. 수리 후에 다시 도로주행시험을 재신청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쌩하게 사무실로 돌아가버렸다. 이럴때 한글 사용 속도의 영어로 간밤 실수를 보고하는 게 필요한데 내 영어는...


운전 시험용 차 렌트비를 아끼려고 바쁜 남편에게 부탁해서 동행했지만 이렇게 남편의 하루 휴가가 쓸모없게 되었다. 멋지게 도로주행에 합격하여 두 아이를 태우고 맥도널드로 가서 합격 턱을 낼 계획이었는데...


남편의 정성은 달콤한 열매는커녕 쉬이 남의 편이 되는 모습만 내게 확인시키고 말았다.


'내 잘못이지만, 내가 일부러 시험 안 보려고 담벼락으로 돌진한 거냐고요~.'


남편의 지적질에 마음속으로 여러 번 품은 말대꾸이다.


어려움이 발생할 때마다 남편은 어김없이 남의 편이 돼서 외로운 외국에서조차도 아내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예전에 시드니 소재 타롱가 동물원 방문 시 카메라 케이스에 넣어둔 손지갑을 통째 분실했을 때도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이 되었다.


"좀 조심 좀 하지. 지갑 안에 뭐뭐 들어있어? 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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