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렁각시 01화

이번엔 진짜 우울하다

자카렌다 나라의 줄 서는 브런치, 맥도널드 핫케익

by 윤혜경

( 출처: Daum 블로그) 보랏빛 자카렌다가 예쁜 Australia Sydney


유기견시절을 거쳐 큰누나네 반려견이 된 말티스 '수리'의 시각으로 글을 씁니다.



우리 아빠 덕분에 처음으로 경험했던 어린 시절의 핫케익엔 어린 누나들의 아련한 지난 시간들이 들어있다.


아빠의 첫 해외근무 시기에 큰누나들은 가톨릭 유치반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다. 큰누나 가족은 초등학교 옆에 자리한 성당의 일요일 오전 가족 미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걸어서 2분 거리의 맥도널드에 가서 브런치 메뉴로 핫케익 세트를 먹곤 했다.


미사가 끝나고 브런치 메뉴 마감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어린 누나들은 작은 발로 열심히 걸어서 이미 기다랗게 늘어진 줄 끝에 선다. 정작 차례가 되어 까치발을 딛고 서서 주문을 하려면 숨차게 빠른 영어로 주문담당 종업원이 물어보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아빠는 커피요!" 하면

"화이트? 아님 블랙?"

"흰 설탕? 갈색설탕? 당뇨환자용 슈거 줄까? "

"해쉬브라운은 추가할까? 추가하지 말까?"

"소스는?"

"버터도 줄까?"


요즘 같으면


"커피 차갑게? 뜨겁게?"


도 물을 텐데...


겨우 시작한 1인 메뉴 주문부터 선택을 세 번이나 하게 되면, 영어가 서툰 초등학교 유치원과 2학년인 키 작은 누나들은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한쪽에 서있는 엄마나 아빠에게 고개를 돌려 도움을 청하고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쯤에서 누나들은 철수했다. 뒷일은 아빠와 엄마가 해결했다. 맥도널드 종업원들의 빠른 영어에는 엄마도 오랫동안 당황스러웠었다.


누나 엄마는 맥도널드 카운터 주문 담당 직원들의 나지막하지만 속사포 같은 선택사항 질문에 외국어 의사소통 울렁증을 앓으며 꽤 오랫동안 가족의 개별 선택을 생략했다. 대신 통일메뉴로 핫케익 4개, 그리고 오렌지 주스 4개로 주문하곤 했다.


음료를 주스로 주문하면 커피와 같은 선택사항 추가 질문이 없으므로. 엄마의 대학시절 하계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중국집에서 4~50명의 식사를 가격이 비슷한 우동과 짜장으로만 '우짜 주문'을 하던 때의 재현처럼. 그 외 추가 주문은 아빠가 담당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학교 성당의 미사 참여를 위해 늦잠을 양보한 어린 누나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짧지만 재미없는 가족 미사 시간 내내 엄마 아빠 사이에 앉은 채 맥도널드의 브런치 메뉴를 기다리는 마음이 가득했을 터이다. 어린 누나들은 50여분 미사 시간 동안 졸지 않으려 무슨 생각을 하며 앉아있었을까?


유아 영세는 한국에서 받았지만 3학년이 되어야 첫 영성체 교육을 받고 영성체를 받아먹을 수 있으니, 영성체를 받기 위해 일어서서 움직이는 엄마 아빠를 따라서 신부님 앞으로 지나갈 뿐이다. 하늘색 눈동자의 백발 신부님은 인자한 표정으로 눈 맞춤을 하며 어린 누나들의 이마에 성호를 그어주실 뿐 영성체를 나누어 주시지는 않는다.


누나들은 엄마랑 아빠가 왼손바닥에 놓인 영성체를 오른 손가락으로 집어 입속에 넣곤 하는 모습을 보며 마얗고 동그란 영성체의 맛이 오래 궁금했었다. 너무도 궁금해하는 누나들에게 엄마가 두손으로 신부님께 받은 영성체를 즉시 먹지 않고 자리까지 들고 와서 누나들에게 보여준 적이 딱 한번 있긴 하다. 그뿐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누나들에게 음식을 잘 나누어주는 엄마가 누나들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보면서도 영성체만큼은 나누어주지 않고 매번 엄마 혼자 다 먹었다.


긴 지루함을 견디고 옆 사람과의 인사를 끝으로 미사가 끝나면 두 누나들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성당 옆 정사각형 모습의 맥도널드 지상 주차장을 지나서부터 10미터쯤 남은 매장 입구를 향한 누나들의 빠른 걸음이 허용된다. 매장 문 앞에 도착 순간 천천히 걸어야 하지만, 엄마 아빠보다 몇 걸음 먼저 매장에 도착할 때의 즐거움은 매주 일요일에만 품을 수 있다.


벌써 도착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서있는 긴 줄 끝에 동양 여자아이 둘이 달려가 서서 점점 카운터에 가까워질 때의 두 방망이 치는 쪼그만 가슴이라니... 미사가 끝나갈 즈음 미리 나오면 맥도널드 카운터 앞줄에 서서 빠르게 주문할 수 있을 텐데, 아님 매번 앞줄에 앉지 말고 맨 뒷줄에 앉으면 빠르게 올 수 있을 텐데, 아빠 엄마의 표정을 보면 그럴 가망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일요일 오전 미사가 끝나면 어린 두 누나는 맥도널드의 긴 줄을 향해 조그만 발로 열심히 빠르게 걸어서 맨 뒤에 줄을 서곤 했다. 주문을 하지는 못해도 점점 카운터로 가까워질 때의 두근거림을 느끼기 위해서.


두 누나들이 성인이 되고서는 각자 바쁜 와중이라 시간을 맞춰서 광화문 근처의 핫케익 하우스에 온 가족이 가끔 다녀왔다. 그곳의 미술관을 들른 후 핫케익 하우스에서 차와 함께 시럽이 예쁘게 뿌려진 과일핫케익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구경하고, 들뜬 마음이 되어 책을 한 권씩 골라 들고 오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던 시간...


큰누나가 2015년 4월 말에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누나네 가족은 면역이 낮아진 큰누나와 대학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잦아졌다. 와중에 거의 주 5일은 반복되는 황사와 미세먼지 주의보 아래서 큰누나는 하이얀 마스크 족이 되었다.


그리고 5월 중순 그 대학병원이 강한 전염성 호흡기 질환인 메르스의 거점 병원이 되어있는 동안 마스크를 단단히 여민 누나네는 몽골텐트를 닮은 하얀 텐트들이 서있는 응급실 앞을 어쩔 수 없이 지나가며 여간 긴장을 했었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로 다니는 편이 면역이 낮아진 누나에게는 안전하다고 했다. 승용차편 이동을 선택한 누나네는 마스크 착용에 이어 알콜을 상비하고 다니며 손을 열심히 소독하고 핸드크림을 바르는 노력을 더했다.


2020년 3월부터 시작되어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 19 팬데믹 현상은 누나 가족을 병원 외출 이외에는 아예 집콕족으로 만들었다. 맥도널드 핫케익 브런치는 고사하더라도 덩달아 올려진 반려견 코로나 뉴스로 나의 뒷뜰 산책이 생략되곤 해서 반려견인 나 '수리'도 이번엔 진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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