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연보랏빛 라일락 향이 스칠 듯 말 듯하는 5월에 슬픈 불안이 스멀거리기 시작하고~
3mm의 조그마한 암덩이 제거 수술 후 회복기간을 짧게 지내고 퇴원 시 담당 간호사는 칼슘을 4정씩 4시간마다 먹되 2~3일 간격으로 양을 조금씩 줄여가라고 했다. 그리고 역삼각형 모양의 도형을 그려 보이며 3~7일 간격으로 약을 1알씩 줄이며 섭취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처음에는 다량의 칼슘 섭취로 인해서 큰누나는 변비가 심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대로 관장약을 사용했다. 임산부에게 1정씩 처방해 주는 칼슘을 누나는 비타민 D가 1000 단위이고 칼슘이 500mg인 디카맥스를 하루에 16정씩 섭취하는 일이 고역이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움직이며, 책을 읽고,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일상의 감사함을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큰누나는 목의 이물감이 수술 전보다 더 심하다. 덤으로 마치 임산부의 입덧처럼 매스꺼움, 구토와 복통도 잦다. 난생처음 약을 종일 먹는 느낌으로 18알의 약을 세어가며 먹었다.
많은 약을 먹는 일에 큰누나는 서툴다. 기다란 약을 한 알씩 먹을 때마다 연두색 알약이 목에 걸렸다가 다시 한꺼번에 넣은 물에 쓸려내려 가며 목이 아팠다. 누나는 약 한 알씩 입속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삼키고 다시 한알을 넣고 물을 부어 넣고 해서 4알을 먹는 동안 마시는 물이 제법 된다. 목도 덜 아프고 변비도 좀 약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누나는 이제 부엌의 식욕을 돋우는 음식 내음에도 매스꺼움이 시작된다. 큰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말린 고등어와 굴비구이도 식탁에서 멀어졌다. 기다란 골드빛 투명 튜브의 오메가 3 알약을 먹지 않는 대신 고등어자반구이는 먹는 게 좋다 했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면 누나는 자주 부엌의 음식 냄새가 괴로워 이불속에 코를 박고 숨어들었다.
길쭉한 알약을 넣고 물을 마시다가 밍밍한 물 탓에 곧잘 구토가 시작되곤 해서 엄마는 4시간마다 디카맥스를 1회분 4정씩 미니 절구로 갈아 가루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누나는 약을 먹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누나는 평소와 달리 정수기의 물에서 비린내가 풍겨서 역하다고 했다. 엄마는 개 코처럼 예민한 코를 킁킁대며 검사를 했지만 정수기의 물에서 비린내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수물 대신 생수 삼다수를 주문했다. 삼다수는 누나의 전용 물이 되었다. 삼다수병의 물도 비릿하다고 하여 4주도 안되어서 백산수로 바꾸었다. 여전히 비릿하다 하여 끓인 수돗물에 얼려둔 레몬이나 라임 조각을 띄웠다. 끊임없이 울렁거리는 매스꺼움과 구토는 누나의 얼굴을 더 하얗게 만든다.
그래도 귀여운 크기의 암덩이를 발견하여 냉큼 제거하였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한다. 가족들은 암덩이를 발견한 대학병원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누나는 이제 설흔인데... 똑같은 촬영 사진에서 쪼그만 암덩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동네 내과만 성실하게 다녔더라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시간이 지나면 약은 퇴원할 때 담당 간호사가 그려준 복약 지침서인 역삼각형 도형처럼 약의 숫자가 줄어들 테고, 그러면 그 어느 날엔가는 매스꺼움도 구토도 함께 졸업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