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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절창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

by 이숲


절창.jpg




상처를 만지면 그 상처를 가진 사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그 능력자가 나의 상처를 통해 나를 읽는다면 나로부터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정갈하게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는 여러 가지 생각과

딱히 설명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계속 뒤바뀌는 마음의 상태를

그 사람은 뭐라고 읽을 수 있을까?

나도 나를 읽을 수 없는데...

그 능력자가 읽어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게다가 상처 입은 자를 읽어낸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읽어내는 상황이 아닌가?





작가는 애초에 우리의 모든 읽기의 결론은 오독일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 다듬어진 이야기조차 오독일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을 읽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잘못된 결론을 담보하고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읽다.jpg 출처 : 지식채널 e



'나를 읽어 줘'


끝내,

읽음을 원했던 사람을 읽지 않고

모르는 타인의 비교적 가벼운 정보만 읽어주다가

읽어주길 원했던 사람의 죽음 직전에 그를 읽어버린 불행한 사람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끝내,

자신을 읽어주길 바랐으나,

그녀를 자신의 사업에 엮인 사람들의 정보를 캐는 것에만 이용하다가

타인의 고통을 이용한 대가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직전에 읽힘을 당한

불행한 사람이 바로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누군가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을 가진 자를 소유하였으나

이들의 결론은 오독이다.


일다2.jpg 출처 : 본헤럴드


타인을 읽고 싶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가 가진 정보는 나에게 어떤 유용함을 줄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이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설명된다 해도 우리는 타인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절창(베인 상처)은 모든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설사 그 상처를 만질 수 있다고 해도 우리가 읽는 것은 지극히 가변적이며, 복잡하다



#구병모


#장편소설


#타인을읽는다는것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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