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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Apr 09. 2023

직장인이 되어 돌아보는 유학생 시절의 인간 관계

다시 내 그룹을 갖고 싶다

Photo by Vonecia Carswell on Unsplash


미국에 온 지 어느새 9년이 넘었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나는 미국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고 미국에 온 이후에 열심히 노력했다. 유학 1-2년 차에 우연히 사귀게 된 친구를 통해 꽤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미국, 이탈리아, 대만, 남 아프리카, 중국 인종으로는 동양인, 흑인, 백인, 중동인 등 지금 생각해 보면 중서부인 인디애나에서 매우 다양하게 구성된 그룹이었던 것 같다. 쉬웠던 건 아니지만 점차 편해졌었다. 보통 펍에서 만나다 보니 소리를 크게 내야 했고 영어를 배우고 있는 단계여서 좀 더 힘들긴 했다. 술도 원해서 마신 건 아니고 어울리고 싶어서 마셨다. 보통 맥주를 마시거나 가끔은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고 생일이거나 다들 흥이 오른 날에는 다 같이 샷을 마시고 막 소리 지르고 놀았다. 한 달에 2-4번 정도 토요일 저녁에 놀았던 거 같고 가끔은 밥으로 시작하거나 누군가의 파티에 같이 가곤 했다. 누가 호스팅을 하면 와이너리, 콘서트, 학교 이벤트, 사과 축체, 열기구 축제 등등 행사에서 만나서 놀곤 했었다. 지금 엘에이에서 그런 내 그룹이 없이 지내는 상황인데 그 시절을 생각하니 그룹의 소중함이 느껴지고 그 순간들이 그립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순수하고 착하고 오픈마이드이고 다른 인종들과도 기꺼이 놀고 다닐, 누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맞서 싸울 사람들이었다.

나를 포함해 미국 이외에 국적 사람들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만났고 미국인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대해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맥주, 윙, 파티, 클럽, 아이디 체크, 모르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조인해서 대화하기, 다 같이 밤에 다운타운 걷기, 코스튬입고 핼러윈파티 가기,,,

그룹에 왔다가 가는 사람들, 졸업하는 친구들, 새로운 친구들이 왔다가 떠났다가 했다. 나는 2년 정도 액티브했던 거 같고 그 이후에는 좀 더 작은 규모로 놀거나 더 뜸하게 술보다는 밥으로 놀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잘 안 가게 되기도 했고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랬다. 친구들이 아쉬워하거나 왜 내가 안 나오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었고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나도 아쉽다. 그것보다는 더 자주 가고 싶었는데, 그때의 나는 만나는 상대에 맞추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생각하기보다는. 그 경험들은 미국 생활 및 문화 적응, 영어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간은 안 좋아졌었겠지만 후회 없이 놀았다. 타운에 딱 2개 있는 클럽 중 우리가 자주 가던, 나름 팬시한 식당 지하에 있던 정말 작은 클럽에서 애들이랑 춤을 추고 놀 때, 주중에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더 열심히 췄던 거 같다. 친구의 교수가 종종 디제잉을 하고 팝콘기계가 있고, 가끔 샷을 마시고, 소파에서 쉬고, 어떤 백인남자가 우리를 보더니 wow melting pot! 나에게는 where are you from, Japan?라고 묻던 곳. 그 이후로는 정말 클럽을 안 간 것 같다. 

 

한국인 친구들 그룹도 있었는데 4-7명 정도였고, 요리를 잘하는 언니 집에서 주로 모였었다. 한국인 룸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인연으로 가게 되었고 너무 고맙게도 언니가 갈 때마다 맛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그때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게 처음이어서 누가 요리를 해주고 초대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다 알지는 못했다. 요리하는 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sophistcated 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레시피에 대한 생각, 바쁜 와중에 다 같이 즐기기 위해 시간을 낸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요리나 집안일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몰랐고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적당한 고마움이었다. 지금이었다면 언니집에 선물도 하고 표현도 더 할 것인데.. 다 같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누구 하나 넉넉하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너무 고마웠다. 공동 부담을 한 적도 있지만 그냥 언니가 비용 노력을 거의 다 부담한 적도 많았다. 언니 덕분에 한식을 먹을 수 있었고 떡국도 먹고 내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했었다. 


한국인 그룹도 새로운 사람 졸업하는 사람들로 인해 멤버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성격이 안 맞는 경우도 있고 모든 시간이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맘 편히 먹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 대화를 한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좋다고 여기지 못했던 거 같다 항상 영어에 대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기에. 특히 첫겨울방학에 딱히 뭘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집에만 있기가 너무 싫을 거 같아서 룸메이트와 언니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했다. 누군가가 시카고에 가면 부탁한 음식들을 서로 사다 주고 한국 나갈 때 작은 선물이나 과자 같은 것들을 사 와서 먹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차를 산 이후에 언니들이랑 인디애나폴리스랑 근처 마을인 내쉬빌을 갔었다. 인디에서는 몰에 가서 쇼핑을 하고 치즈케이크팩토리를 갔었다. 차가 없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가끔 같이 장 보러 갔다 오기도 하고 동네에 있는 한식당, 일식당, 윙집, 피자집, 태국음식점 그리고 학교 안에 있는 레드망고에 종종 같이 갔었다. 몇몇 식당들은 그 맛이 아직도 생각나고 그립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타지에서 살아가는 힘듦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해야 할 건 너무 많고 어려워 보이고 졸업이 까마득해 보였는데 이제는 모두 졸업해서 직장을 가지고 미국과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엘에이에서 지내는 지금 나도 내 그룹을 갖고 싶다. 여기서는 대체로 나는 지인들은 일대일로 아는 사이다. 그룹이 생겨서 서로 초대해서 밥을 먹고 축제에 가고 당일치기여행을 가고 하고 싶다.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시간을 보내고 웃고 하고 싶다. 집을 사게 되면 더 자주 사람들을 초대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미국에 와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독립적이지만 외로움도 탄다는 것. 좋은 사람들 편안사람들과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 자연에 가도 너무 행복하니 자연에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여행에 다녀와서 계속 생각나는 것들은 사람인 것을 보면 결국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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