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아이콘이자 전설이 되다
“어떠한 형태나 구속 없이 마음을 비워라. 물과 같이 형태를 없애라. 물을 컵에 담으면, 컵이 되고, 물을 병에 담으면, 병이 된다. 물을 찻주전자에 담으면, 찻주전자가 된다. 이제, 물은 흘러갈 수도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이소룡의 철학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유명한 말은 2019년 홍콩에서 있었던 ‘송환법’ 시위의 슬로건으로 사용되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다.
이소룡(李小龍/Bruce Lee), 본명 이진번(李振藩)은 1940년 11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무술가, 배우, 그리고 철학자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무술과 액션 영화의 혁명을 이끌며 홍콩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명한 ‘월극’(越劇/북경식 ‘경극’과는 또 다른 광동지방의 공연형식) 배우였던 아버지 이해천의 영향으로 이소룡 역시 일찌감치 영화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연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열정은 연기보다 몸이 약해 배우기 시작한 무술에 있었다.
하지만 이소룡의 아버지는 홍콩시절 매일같이 패싸움에 휘말리던 못 말리는 불량학생이었던 이소룡을 누나가 있던 미국으로 보내버리고 그렇게 본격적인 미국생활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계속 무술을 연마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한편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이소룡은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인 연기커리어를 시작하려고 했다.
당시 할리우드 작품에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었지만, 이소룡은 1966년 방영된 슈퍼히어로 TV시리즈 <그린호넷>의 사이드킥인 ‘케이토’ 역을 맡을 수 있었다.
정작 드라마 자체는 큰 히트를 치지 못하고 한 시즌만에 끝났지만 홍콩에서는 이소룡의 캐스팅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도 몇몇 시리즈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이 영어 발음도 어색한 동양인 배우에게 할리우드는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는 홍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때마침 홍콩에서는 칼을 쓰는 무협영화의 붐이 지나고 맨몸의 무술영화들이 히트를 치고 있었다.
이소룡은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당시 신생 영화사 ‘골든하베스트’와 손을 잡고 영화를 찍게 된다.
그렇게 찍은 영화가 <당산대형>(1971)과 <정무문>(1972)이었고 두 작품 모두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이소룡은 일약 홍콩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른다.
이후 <맹룡과강>(1972)을 연달아 성공시키고 <사망유희>(1978)를 찍던 도중 워너브라더스의 제안으로 <용쟁호투>(1973)를 먼저 찍은 뒤 <용쟁호투> 개봉을 6일 앞두고 약물 부작용으로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홍콩에 돌아오고 불과 3년 동안 네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미완성작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이소룡이 세상을 뜨고 5년 후, 남겨진 필름으로 그의 상징이 된 “노란 점프슈트“를 입고 등장하는 유작 <사망유희>가 개봉했지만 대역, 재촬영, 전작의 편집 등으로 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많은 작품이 되었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엄청난 성공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이소룡은 그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으로 뿐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 재능 넘치는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서, ‘절권도’를 창시한 무술가로서, 무도의 철학을 설파했던 철학가로서 홍콩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물이 되어라”와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많은 홍콩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홍콩에서는 이소룡을 추억할 장소도 여기 저기 찾아볼 수 있다.
이소룡 동상
이소룡의 시그니처 포즈를 재현하고 있어서 가장 유명한 이 동상은 몇 번이나 위치를 바꾸다가 현재는 침사추이의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에 위치해 있다. 홍콩을 찾는 이소룡의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명소이고 하버를 따라 있는 산책을 하다가 쉴만한 스타벅스 바로 근처에 있다.
홍콩문화박물관
홍콩문화박물관(Hong Kong Heritage Museum)에는 이소룡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Bruce Lee: Kung Fu. Art. Life'라는 상시 전시가 있다. 600여 개의 방대한 전시물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을 살펴볼 수 있으니 박물관 투어를 즐긴다면 들려보자.
까우룽통 이소룡 옛 집
이소룡이 예전에 살았다는 거주지이다. 까우룽통(Kowloon Tong)의 컴벌랜드 로드(Cumberland Road) 41번지에 위치한 이소룡의 옛 집은 현재 개인 소유로 들어가 볼 수는 없다. 한참 이곳에 이소룡 기념관을 이곳에 만드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는데 아직도 진행형이고 오픈 소식이 없다. 언젠가 개관한다면 한 번쯤 가봐야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