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로컬들의 단골 메뉴
홍콩의 거리에서는 식당 유리창 너머로 주렁주렁 걸린 고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명 광동식 BBQ라고 불리는 씨우메이(燒味)다.
지금부터 저 걸린 것들의 정체를 알아보자.
뭔지만 알면 손가락질으로도 주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의 왼쪽부터 하나하나 시작하면;
박칫까이(白切雞)
홍콩식 닭백숙으로 노란색이 나서 황금닭이라고도 부른다.
생강, 마늘, 파가 들어간 독특한 맛의 기름장에 찍어먹는 별미다.
샤오까이(豉油雞)
통째로 간장소스에 넣어 푹 조려낸 닭이다.
일명 간장닭이라고 불리며 달콤 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차씨우(叉燒)
기름기 없는 돼지고기 부위를 꿀과 간장이 들어간 소스를 발라가며 구워낸 요리이다.
이 차씨우를 얹은 밥 차씨우판(叉燒飯)은 ‘영웅본색’ ‘식신’ 등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홍콩을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이다.
차씨우를 넣은 빵 ‘차씨우바오’(叉燒包)는 딤섬집 대표메뉴이기도 하다.
씨우욕(燒肉)
돼지고기 오겹살을 통째로 구워낸 요리이다.
기름기가 다 빠져서 너무 퍽퍽하다는 평이 있고 나도 처음엔 먹기 힘들다 생각했는데 익숙해질수록 점점 맛있다.
우리 집 꼬맹이는 씨우욕을 먼저 맛 들여서 한동안 수육 삶아주면 물렁하다고 이상하다며 먹기를 거부(?) 하기도 했었다.
먹을 때 바삭하게 부서지듯 씹히는 껍질이 이 요리의 포인트다. 칼이나 숟가락으로 살살 긁으면 바삭한 껍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게 바로 ASMR!
씨우응오(燒鵝)
북경에 오리구이가 있다면 광동에는 거위요리가 있다. 바삭하게 구워낸 껍질이 별미라 홍콩에도 거위구이 전문점들이 많이 있다.
일품요리처럼 따로 시켜 먹기도 하지만 보통 이 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를 골라 밥과 함께 먹는데 그걸 씨우메이판(燒味飯)이라 한다.
로컬들의 익숙한 한 끼 식사로 넉넉한 밥 위에 차씨우를 얹으면 차씨우판(叉燒飯), 박칫까이를 얹으면 박칫까이판(白切雞飯) 이라고 하며, 추가비용을 내고 초이삼(菜心) 같은 야채나 계란프라이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포장(to go)이라고 주문하면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스티로폼 도시락에 척척 넣고 고무줄로 두 바퀴 두른 후 나무 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과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휙 돌려 묶어줄 것이다.
시원한 똥랭차(레몬차)나 똥라이차(밀크티)를 세트로 구매하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으니 잊지 말자!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공원 벤치에서 씨우메이판으로 점심을 때우는 로컬들도 만날 수 있다.
간혹 뼈들이 나올 수 있으니 이빨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씹는 것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