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식당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추억의 장소들이 어느 날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세상에 영원한 것 없구나" 싶은 생각과 "한 번 더 방문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추억의 맛집, 명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아 아쉬운 홍콩의 명소 세 곳을 추억해 보자.
예만방(譽滿坊)
홍콩섬의 해피밸리에 위치했던 딤섬집 '예만방'은 한국인들에겐 '장국영'의 단골집으로 더 유명했지만, 실제로는 장국영뿐만 아니라 주윤발, 매염방, 곽부성, 대만가수 등려군, 왕페이, 유덕화, 장학우, 여명까지 수많은 홍콩과 대만의 스타들은 물론 홍콩 출신인 마카오 카지노 재벌인 스탠리 호,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까지도 예만방의 단골손님이었다.
예만방의 주인이 어떤 인터뷰에서 "한국사람들이 오면 그렇게 장국영이 어디 앉았냐고 물었다"라고 한 걸 보면 한국에는 여전히 장국영 팬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예만방은 1992년 처음 문을 열어 28년간 영업을 하고 2020년 코로나 중에 문을 닫았다.
골드핀치 레스토랑(金雀餐廳)
역시 홍콩섬이자 해피밸리에서 멀지 않은 코즈웨이베이에 있던 레스토랑 '골드핀치'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스테이크를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바로 그 레스토랑, 아니 그 장면을 찍은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배우들이 앉았던 자리에 영화의 장면을 붙여서 장식하고 찾아오는 팬들을 맞이해 왔었다. 파인다이닝이나 맛집이라기보다는 오래된 경양식집 같은 메뉴와 자연스럽게 낡은 엔틱풍 인테리어가 주는 감성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왕가위의 영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팬들, 특히 한국팬들에게 아주 유명했다.
이곳을 애정하는 왕가위 감독의 또 다른 영화 '2046'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2018년, 오픈한 지 40년이 넘어서 문을 닫았다.
3. 위닌종정(為您鍾情)
이 카페의 소유주는 '장국영'이었다.
장국영은 1989년 은퇴를 선언하고 연말에 했던 고별콘서트에서 (이후에 은퇴를 번복하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찾아온 팬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한다. 은퇴를 한 후에 카페를 차릴 계획인데, 이 콘서트의 티켓을 카페에 가져오면 음료를 공짜로 주겠다고 말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7년 후, 장국영은 드디어 코즈웨이베이에 카페를 오픈했고 이 카페의 이름은 ‘위닌종정’(為您鍾情)이었다.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가였으며 고별 콘서트의 오프닝곡이었던 '위니종정'(為你鍾情)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의 카페가 문을 여는 날, 수많은 셀럽들과 기자들이 카페 개업식에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장국영이 항상 카페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수많은 팬들, 당연히 한국팬들도 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인 고별 콘서트의 티켓을 음료 한 잔과 바꾸는 생각 없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몇 년 후 장국영은 동업자와의 이견이 생겨 카페사업에서 손을 뗐고, 이후 카페도 없어져서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아래의 오래된 홍콩방송의 자료사진에서 카페가 문을 열었을 당시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볼 수 있다.
추억은 세월과 함께 희미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사라지는 추억은 언제나 아쉽지만, 오래된 사진이나 영상 또는 기억으로만 남게 되는 희미한 추억이기에 더욱 소중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장국영이 우리에게 영화와 노래로 언제까지 빛나는 추억으로 남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