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내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서, 알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사진에 찍힌 나는 어느 날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몹시 별로인 듯 보이기도 했다.
괜찮아 보이는 날은 기분이 좋았고 별로인 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작 내 얼굴에서 추미를 찾아내는 것에 몰두하던 나날 속에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존재-고양이-가 나타나면서 나의 사진기는 온통 고양이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내 얼굴에 향하던 관심은 고양이에게로 향했고 그렇게 질리지도 않고 내내 고양이를 바라보다 얼마 전, 10년쯤 지나 들춰볼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몇 장 찍어보았다.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사진을 보니 뭐랄까 딱히 뭐라 하기 어려운, 나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지는 않는구나 라는 묘한 깨달음을 얻었고 그대로 그 사진은 잊었다.
그러다 얼굴 염증이 심해져 생김새마저 달라진 얼마간을 보내다 우연히 그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 조금 안도했다.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 저 얼굴로 돌아간다면 고민 없이 즐거워질 것도 같았다. 맨 얼굴로도 아름답게 꾸민 사람들 사이를 위축되지 않은 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왼쪽 눈이 아직 조금 부은 채지만 부기와 염증이 대부분 가신 어느 날의 거울 속에는 익히 알고 있던 내 얼굴이 돌아와 있었다. 거기에는 형태와 상관없는 편안함과 익숙함이 있었고, 모두 각기 다르게 가지고 있는 그 편안함과 익숙함이 바로 아름다움이구나. 이 사람은 이래서 예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예쁘고 모두에게서 손쉽게 찾을 수 있던 아름다움을 내게서만 오래도록 찾지 못했는데 염증이 사라지고 본래의 얼굴이 보인 순간 비로소 찾을 수 있었다. 내내 그곳에 변함없이 있었던, 오직 나이기에 나만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 제목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은 블루하츠의 노래 '린다린다린다'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