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자정이 넘었지만, 업보를 청산하듯 식탁에 앉아 밀린 일기를 쓰고 있다. 2024년 시작할 때 세운 목표는 두 가지, 책 백 권 읽기와 매일 일기 쓰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시간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세운 계획이었다. 중간에 갑자기 너무 바빠져 책은 스무 권까지 기록하다가 그 뒤는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고, 마지막 일주일은 무얼 하느라 바빴는지 꽂혀있는 일기장을 꺼내보지도 못했다. 휴대폰을 옆에 두고 카드 결제 내역과 업무 스케줄을 맞춰보며 기억을 더듬고 있다. 한 달의 결제와 정산금을 맞춰보고 밀린 일기까지 다 쓰고 나니 1시가 넘었다. 택배를 열어 도착한 샴푸와 바디워시를 꺼낸다. 어디선가 받은 샴푸가 있어 그걸 쓰는 중인데, 세정력이 약한 건지 피부 타입이 맞지 않는 건지 하루치의 고단함이 좀처럼 씻기지 않는 기분이다. 좋아하던 샤워 시간이 스트레스로 바뀐 걸 보고 결국 샴푸가 잔뜩 남아있음에도 약간의 죄책감을 안고 새로 주문한 것이다. 알록달록 풍선껌 같은 향기가 나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반짝이 풀 같은 바디 워시를 샤워 볼에 짠다. 농담 같은 색의 바디 로션까지 바르고 나니 온 몸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기고 한결 보드라워진 머리는 이제야 비로소 깨끗하게 씻긴 참이다. 내게 행복은 이토록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새해를 맞이한다. 화풀이 하듯 한 달 치 생활비를 털어 탐욕스럽게 바디 용품들을 사들였는데, 이걸로 일 년 내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낡은 옷을 입고 지친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머리카락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날 것이다, 나의 2025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