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by 백현진

헬프리스를 보고 내가 영화를 꽤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렸다. 오래된 영화를 꺼내 보고 먼지 쌓인 책장을 들추어 본다. 무엇이 구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오래 생각했던 것 같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끼워 넣으려 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빛도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도 발끝에 닿는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도 그 모든 것이 구원이었고 동시에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모든 것은 천국인 동시에 지옥이었고 나를 웃게 한 만큼 울게 만들었다. 며칠 있으면 해가 바뀐다. 아주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일이 꿈인 것 같기도 한 한해였다. 내가 지금 여기서 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꿈이 아닌가 싶어 여전히 자다가 깜짝 놀라 깨어나곤 한다. 눈을 뜨면 작은 방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 현실이다. 이제 두부와 함께했던 시간보다 두두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헬프 미, 그 팔에 새겨진 단어를 본다. 아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큐를 떠올린다. 그래도 같이 걷는 그 길은 구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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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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