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없는데 비가 내려 비를 맞으며 걸었다.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도 되지만 딱히 그럴 정도로 세차게 내리지는 않아 그저 걸음을 조금 빨리 했을 뿐이다. 처음 작은 카페에서 전시를 열었을 때 전시장에 다녀오는 길 갑작스레 비를 만났다. 그때의 나는 모든 곳을 걸어 다녔기 때문에 교통카드가 없었고 내가 서있는 곳은 혜화, 집은 안국이었다. 30분 정도 걸어야 했을까? 처음에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는데 점점 빗줄기가 세차졌다. 현금은 없고 체크카드에는 3,000원 정도-의 전 재산-돈이 들어있었다. 편의점에 우산을 사러 들어가 보니 우산은 5,000원부터 시작이었고 내게는 그 5,000원짜리 우산을 살 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붕이 있는 건물 아래에서는 잠시 비를 피하고 대부분은 맞으며 집까지 걸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또, 두부를 갑자기 병원에 입원시키고 죽을 겁니다. 죽을 거예요 오늘, 내일까지고 못 버틸 겁니다. 온통 이런 이야기를 듣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비가 순식간에 - 피할 겨를도 없이- 폭우가 되어 쏟아졌고 나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집에 도착했다. 그렇게 비를 맞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 생각도 났다. 처음 전시를 열었던 때와 지금의 나는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그때는 5,000원짜리 우산 하나 살 돈도 통장에 들어있지 않았을까 시간이라는 것 참 신기하다. 그저 흘렀을 뿐인데 그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그리 크지는 않다-금액이 아무렇지 않게 지갑 속에 들어있다. 두부가 없는 매일도 익숙해졌다. 나는 더 행복해진 건지 더 슬퍼진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