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by 백현진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쓴 소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을 다시 읽었다. 도서관에 갔더니 리커버되어 신간 코너에 꽂혀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1973년의 핀볼과 한 권으로 묶여있던 것이었는데 그때 바람의 노래는 약간 애피타이저 혹은 곁들임 같은 느낌이었던 기억이다. 거의 40년 전에 쓰인 책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이 구절 괜찮은 건가, 이건 조금 문제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장이 종종 보여 새삼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실은 나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꽤 좋아한다. 하루키의 소설은 크게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바꾸어 말하자면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들과는 약간 결을 달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첫 번째 소설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은 느낌이다. 쌍둥이 여자, 상실의 시대, 도넛과 맥주.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이 변해가겠지만 내면의 핵이랄까 심지 같은 건 역시 사라지지 않는 거구나 단념되면서도 조금은 안심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게 어린 시절 석간에 실린 책 광고-댄스댄스댄스(이 책도 꽤 좋아한다. 유키와 아메가 여기 나왔던가)와 태엽 감는 새-로 기억되는데, 석간 속 늘 똑같던 얼굴의 그도 이제는 백발이 되었다. 그의 책과 함께 보던 그 시절 영화 속 소녀들도 소년들도 모두 이제는 중년이 되었다.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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