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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긴 터널

by 전선훈 Dec 12. 2024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숨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모든 걸 녹여버릴 듯한 기세의 태양이 사막 한가운데 떠 있었고 그곳에 나 혼자 우두커니 서서 계속 뭔가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지 벌써 4일쯤 되는 듯 머릿속의 뇌가 껌처럼 들러붙는 느낌이 들고 눈은 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여기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건가…


“안돼… 여기서 마지막을 맞이하면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어… 누군가 나의 마지막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해…”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며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어딘가를 향해 계속 걸어가다가 커다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꽤 큰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고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정신을 차려 보았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의 얼굴을 핥아 대기 시작하였고 정신을 차리라는 듯 큰 소리로 짓고 있었다.


“어… 호두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호두가 어딘가를 향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난 호두의 이름을 부르며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참을 따라서 가보니 호두는 사라지고 모래톱에 둘러 쌓여 있는 작은 오아시스가 보였다.


그곳에 뛰어들어 미친 듯 물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여기가 어디야…


호두는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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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다.


팬데믹 상황은 마치 꿈에서 본 오아시스를 찾아가야 하는 긴 여정이고 출구가 있는 터널이 나올 때까지 지루하고 어두운 곳에서의 삶을 견뎌내라는 계시인 듯한 꿈을 꾸었다.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나의 경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아무도 없었고 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굳혀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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