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경험 없는 초보사장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드는 일상으로 생활하던 나에게 오후에 문 열고 새벽에 문 닫는 밤낮이 바뀐 생활은 적응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빨라도 새벽 2시가 보통이었다.
그 시간에 들어가면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 해져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 잠깐 잠이 들다 보니 피곤이 풀리기보다 몸이 더 찌뿌둥해지는 일이 잦았고 선잠을 자다 보니 종일 나른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점점 방전되는 느낌이 들었고 체중도 조금씩 줄어들어 집사람은 살이 너무 빠져서 나이가 들어 보인다며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안 해본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적응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를 하기도 했지만 내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야 당연히 가족을 위해서 감당을 해야 할 일이지만 힘든 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사람이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집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다투는 날이 많아진다며 가급적이면 함께 일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싸워도 빨리 화해를 하면서 살아온 경험이 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일도 일이지만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선택한 직업인지라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야만 버틸 수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격려하며 이 직업을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물론 아무런 다툼 없이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간혹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삐지는 일이 있어도 1시간도 안되어 화해를 했고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가볍게 포옹으로 마무리를 하며 다툼의 시간을 화해의 시간으로 돌려놓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서두르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지려면 뭐든 빠르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닭을 튀기고 조리하고 플레이팅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작업동선과 장사 시작과 끝에 해야 하는 준비시간과 마감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해야 했는데 그 모든 것이 다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빠르게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칼을 쓰는 일도 그렇고 기본 재료를 정리하여 소분하는 일은 나의 몫이지만 내가 하지 않는 메뉴 준비를 위해서는 집사람이 하나씩 정리해 나가다 보니 조금씩 장사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을 보면서 서로 뿌듯해하기도 하였고 재료 아끼지 말고 맛있게 만들자며 환하게 웃는 집사람의 모습에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안 해본 일을 하다 보니 몸에서 느끼는 피로도는 생각보다 커서 일을 나가기 전까지 집에서 늘어져있거나 잠을 자며 피로를 푸는 일이 반복되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은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살짝 들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상황을 잘 견뎌내며 영업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세째형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막내야… 어머니가 상태가 안 좋으시니까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왔으면 좋겠다”
“네? 며칠 전만 해도 괜찮으시던데…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어머니는 꽤 오래 요양병원에서 생활을 하셨는데 최근에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며 몇 번의 위기를 넘기신 터라 가족 모두 항상 대기상태였지만 오늘 전화는 분위기가 좀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애들과 집사람을 태우고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여보… 며칠 전만 해도 좀 나아져서 알아보고 그러셨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졌다 하니 마음이 좀 그러네요.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주시면 좋은데…“
”그러게. 마지막 면회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은 침묵이 흘렀고 마지막 만남에 대한 희망을 기대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웠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의 죽음은 또 다른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연락할 기회가 되어 학연, 지연, 혈연관계에 있던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축제가 되었고 그 기간 동안에는 적어도 가게일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오롯이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형제들은 어머니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마지막으로 예쁜 옷 한 벌 입혀 보내드리며 평생을 자식들 걱정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을 마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작한 막내가 지치지 않도록 이별의 시간까지 휴식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신 어머니의 마지막 배려이자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