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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Fishing 이야기.

by 전선훈

우리나라 전체 범죄사건 중 약 20% 이상 해당되는 것이 바로 사기 사건과 연루된 것이라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기 등의 범죄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욱 자주 발생하며 요즘에는 단순 사기뿐만 서민들을 울리는 전세사기, 주식 관련 리딩빙 사기, 보이스피싱 등 그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대체 왜 저런 수법에 사기를 당하지? 딱 들어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인데…쯧쯧. “


하지만 워낙 그 방법이 치밀한 탓에 피해자는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주변 사람들 중에서 나름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조차도 피해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런 일은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그램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띠링”


가게가 한가한 상황이라 시간도 때울 겸해서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친구로 등록이 안되어있는 사람으로부터 온 메시지는 늘 대문 사진부터 확인해 보는 습관이 있었다.


남성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미모의 어린 여성 사진이었다.


“Hello, Mr kim Seong Hun?”

“안녕하세요 김 성훈 씨?”


”No.You sent wrong message.”

“아닙니다. 잘못 보낸 메시지입니다. “


“Oh.I am sorry.”

“오. 미안합니다.”


“It’s OK.”

”괜찮습니다. “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를 찾는 메시지였지만 한국인들의 이름이 헛갈려 나에게 잘 못 보낸 줄 알았고 그걸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텔레그램 속의 여자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I live in Taiwan and wanna be your friend.”

“나는 대만에 살고 있고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


“I see.But I am very old man.Is it ok?”

“그렇군요. 하지만 나는 아주 나이가 많은데… 괜찮아요?”


“Yes, It’s ok. No problem at all.”

“그럼요. 아무 문제없어요.”


가상의 공간에서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텔레그램 친구가 되었고 그날 이후로 매일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도 아니기에 그 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냥 흔한 가상공간의 친구사이일 뿐이었다.


어느 날 패션모델이 차려입은 옷 사진 파일을 보내며 어느 제품이 잘 팔릴 것 같냐며 하나만 결정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예전 패션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던 충남방적이라는 원단 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되살려 몇 가지 모델 제품 중 하나를 골라 추천을 했더니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기더니 한참이 흘러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골라준 제품을 자기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50벌이 팔렸고 순익이 남은 파일 자료를 보내며 나에게 사례를 하고 싶다며 원하는 것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의 판매 이익으로는 꽤 큰 금액이었고 친구는 서로 도와주는 것이라며 극구 사양을 했고 그 친구는 고맙다며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꼭 사례를 하겠다며 환하게 웃는 이모티콘과 하트를 연신 날렸다.


이 일로 인해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아주 돈독한 친구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더욱 깊은 신뢰를 하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나누는 메시지가 지루해질 즈음 그 친구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지금 하는 일 한 달 수익이 얼마 정도예요?”


“어… 얼마 안돼. 그런데 왜 물어보지?”


갑작스러운 그 친구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답을 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장문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택으로 일하면서 지난번에 도움을 주었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야.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내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고 입점이 확정되면 판매와 배송은 쇼핑몰 운영자가 다 알아서 해주는 그런 일이지.”


“오. 온라인 쇼핑은 나도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런 일을 한다니 반갑네.”


“정말? 그럼 내가 가르쳐줄까?”


“가르쳐주면 고맙지.”


“나는 P&G 쇼핑몰 운영하면서 한 달에 최소 4만 불에서 5만 불 정도의 고정 수입이 생겨.”


그리고 그 친구는 자기의 수익이 찍힌 통장 사진을 파일로 보내왔다.


사진과 쇼핑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유명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P&G 에서 운영하고 있었고 입점 대기 중인 수많은 제품을 보면서 요즘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대세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P&G라는 회사의 가치를 생각하면 무한신뢰가 가는 곳이고 그곳과 거래를 하고 있는 그 친구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와우. 대단하네.”


“그럼 친구도 내가 가르쳐줄 테니 한번 해 볼래? 지금 하는 일 그만두지 않아도 되고 무궁무진한 온라인 비즈니스의 기회도 만들 수 있고…”


“나야 친구가 가르쳐준다면 고맙지.”


“그러면 지금 시간이 되나요?”


“아니요. 지금은 시간이 안되니 내일 오후에 다시 연락을 하면 안 될까?”


“오키오키. 급한 건 아니니까 시간 날 때 내가 가이드해줄게요. 그럼 내일 연락해요.”


시간은 있었지만 바로 승낙을 해버리면 약간의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일로 미루었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서 수익 인증 자료를 개인 SNS에 올리며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던 기억이 떠올랐고 나도 그들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고 일하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냈고 가상의 공간에서 만난 친구 중에 최고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아졌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향후 다른 온라인 쇼핑몰인 Shopee, Lazada, Aliexpress, Amazon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도 있으니 천운이라고 생각되었다.


싱글벙글하면서 일을 하는 나를 쳐다보던 와이프는 무슨 좋은 일이 있냐며 물었다.


“어. 내가 그동안 온라인 비즈니스를 해보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 그런데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성공한 친구가 나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기분 좋지. 지금 하는 일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거니까 나쁘지 않지. “


”세상 모든 일 쉬운 게 없으니 너무 간단하게 생각 말고 잘 판단해서 해. “


”잘 알지. 내가 뭔가 결정을 내릴 땐 이미 모든 걸 충분히 알아보고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 마셔. “


지금의 내 나이에 새로운 분야의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큰 모험과 같은 것이고 누군가의 조력이 없다면 실행으로 옮기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조력자가 나타났으니 인복은 타고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메시지가 들어왔다.


“안녕 친구. 오늘 기분은 어때요? “


”안녕. 좋은 하루네요. “


”자…그러면 이제 시작을 해볼까요? 준비되었나요? “


”오케이. 준비되었어요. “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대한 가이드 경험이 많은 듯 아주 능숙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었고 그 친구의 가이드에 맞춰 입점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마무리를 해 나갔다.


”이제 입점에 관한 회원가입을 신청했으니 승인메일을 받게 되면 바로 진행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


”알겠어요. “


얼마 지나지 않아 승인 메일이 왔고 회원 로그인을 하자 정식 회원이 되었고 그 친구가 가이드하는 순서에 맞춰 최종 입점 프로세스를 끝냈다.


“이제 프로세스가 다 끝이 났으니 판매할 물건을 골라 최종 입점을 끝내면 되겠네. 친구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네. 하하하. “


”너무 서두르지 말고 판매할 물건 천천히 살펴본 후 내일 마무리하도록 해요. “


기분에 들떠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 서두르지 말라는 그 친구의 조언에 진심이 느껴졌고 가상세계에서 만난 수많은 친구 중에 최고의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언대로 판매할 물건을 꼼꼼히 살피며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는 작업을 마쳤고 이제는 최종 입점을 한 후 클릭하나면 바로 이익이 만들어지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마지막 프로세스 하나만 남았다.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을 내가 먼저 구매한 후 쇼핑몰에 입점을 시키면 바로 소비자들로부터 구매가 확정되어 배송이 시작되고 나는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중간 차액을 쇼핑몰과 나누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구매를 해야 할 금액은 초기 투자비용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이후에는 발생되는 이익을 재투자하는 개념이라 추가비용은 들지 않는 손쉬운 비즈니스였고 처음이 어렵지 한번 경험을 해보면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 그대로 롤아웃 하기만 하면 되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나와 함께 온라인 몰 사업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나의 말을 믿어주고 따라준 친구가 정말 고맙네요.”


“좋은 친구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었고 도전할 수 있어서 기뻐요.”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그 친구는 첫 구매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려보자는 메시지를 남기며 내일 결과가 나오면 다시 연락하자고 하였다.


그때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론칭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재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장바구니 품목을 최종 점검하기로 마음먹고 쇼핑몰의 홈페이지 접속을 하는데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P&G Mall.


창업자의 두 이름을 따서 만든 글로벌 소비재 회사로 유명한 곳이고 그 회사의 마케팅 사례를 책으로 읽으며 공부도 했었고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고 사례로 삼았던 회사의 홈페이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두 창업자의 이름은 Procter and Gamble이었는데 홈페이지는 비슷하지만 교묘하게 마지막이 다른 글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www.procterandgambler.com이었다.


Gamble이라는 이름에 r 이 하나 더 붙어있었고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이상한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홈페이지 주소였다.


Gamble이라는 창업자는 이름에 r이 하나 붙어서 졸지에 노름꾼이 되어버렸다.


사회생활의 시작과 끝을 해외사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27년 넘게 일을 해왔지만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첫 순간이었다.


“이런 젠장…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는데… 쇼핑몰의 P&G 로고도 그렇고…“


혼잣말을 하며 허탈하게 웃는 모습을 보던 와이프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뭐 잘못됐어? “


“잘못하다가 큰 사기당할 뻔했네… 휴.”


“거봐. 남의 돈 쉽게 먹는 거 아니라고 했지. 좋은 경험 하셨네. 호호호.”


잘못을 알아차리고 나서 바로 회원정보에 등록된 수정 가능한 정보는 모두 가짜로 바꾸는 작업을 했지만 실명과 전화번호는 바꿀 수 없었고 회원 탈퇴는 어디서 하는지 나와 있지도 않았다.


새로운 기회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친구가 나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 했던 사기범이었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허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모든 게 내 탓이라 여기며 진행하던 모든 프로세스를 삭제하고 홈페이지 및 텔레그램도 다 지워버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삭제만 하면 모든 게 다 끝인 줄 알았지만 그 친구의 연락은 더 집요해졌다.


회원 정보에 등록된 전화번호로 끊임없이 국제전화가 걸려왔고 수신 차단을 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이제는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친구. 무슨 일 있어? 왜 전화를 안 받고…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나를 걱정해 주는 메시지가 며칠 동안 집요하게 날아왔고 응답을 하지 않자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지만 가끔 19금 성인물 구독을 하라는 메시지가 해외에서 날아오는 걸 보면 이미 나의 개인정보는 누군가에게 팔려서 여기저기 떠돌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 들었다.


그날 이후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쇼핑몰 사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는데 상당한 금액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기 피해자의 얘기였다.


내가 당할 뻔했던 그 온라인 쇼핑몰과 비슷한 사례였고 초기 투자 비용을 송금한 후 순식간에 판매이익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짜릿한 돈 맛의 기억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며 후회하며 울먹이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 이후 Facebook, Instagram, Threads 등에 떠도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의 진실 여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세상 어디에도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일은 없으니 피곤한 몸이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튀기고 볶고 무치는 본업에 집중하자는 다짐을 하며 사랑방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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