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가 제일 중요한 기관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게 만들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등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바로 뇌가 하는 일이다.
뇌라는 기관을 통해서 실행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뇌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에 100 퍼센트 동의를 할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예방 약을 챙겨 먹기도 하고 머리를 계속 써서 뇌의 기능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아침에 나오는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접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제일 걱정되는 것이 기억을 잃어 본인과 가족을 힘들게 하는 치매와 관련된 고민이 제일 많다고 하는 어느 조사기관의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배우이신 이 순재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며 대사를 외우기가 쉽지 않은데 기억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 자리에서 미국의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까지의 대통령 이름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줄줄 외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고 한다.
꾸준히 뇌를 사용하여 암기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경로당 어르신들이 뇌의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 화투놀이를 즐겨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심심풀이를 넘어 산수까지 해야 하니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더없는 놀이인 셈이다.
손에 쥐고 있는 내 패와 보이지 않는 남의 패를 이용하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 또한 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결과물 정산을 위해서도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
계산은 제대로 된 건지…
때로는 고를 해야 할지 혹은 스톱을 해야 할지 등등 모든 것이 뇌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뇌는 아프다는 신호를 별로 보내지도 않아 자각 증상을 느낄 수도 없고 증상이 나타나면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니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 위한 예방활동이 아주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 뇌 과학을 전공한 꽤 유명한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뇌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나는 신체 중 팔이 부러져서 아프면 팔이 아픈 것이고 얼굴이 찢어져서 피가 나면 얼굴이 아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었다.
하지만 아프다는 것은 어떤 상처 부위이든 뇌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것이고 뇌의 신호를 받은 상처 부위가 아프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이는 상처의 통증과 동일하기 때문에 더 많이 위로하고 안아주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몰랐던 뇌의 기능에 대해 흥미를 가졌었고 그 이후로도 관련된 책을 사서 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잠깐의 관심이 있었을 뿐 그 이후로는 그냥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별로 뇌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었지만 신체 곳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고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점점 잦아지는 나이가 되다 보니 사전 예방을 위한 건강 검진을 받을 일이 생겼다.
오랜 해외 생활을 하고 난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일 좋은 제도가 바로 의료보험이라는 것을 느꼈고 태어난 해가 짝수인지 홀수인지에 따라 건강 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문자를 수시로 보내주고 비용도 나라에서 부담을 해주니 더없이 훌륭한 제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절차에 따라 건강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고 나 또한 어디서 어떤 병이 생길지 몰라 자연스레 긴장을 하게 되었다.
결과를 듣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쳐다보면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이상 유무에 따라 낯빛의 변화가 뚜렷하고 낯빛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는 얘기가 괜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즈음 내 이름이 불려졌다.
“전 선훈 님. 들어오세요.”
“네.”
긴장된 표정의 나와 다소 심드렁한 표정의 의사가 묘한 대비가 되었고 모니터를 한참 쳐다보던 의사는 결과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특별한 이상은 없으니 2년 후에 다시 검진을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있으세요? “
의사는 자기 할 말은 끝났으니 빨리 나가라는 듯 다시 모니터 쪽으로 눈을 돌렸고 나는 최근 내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 제가 최근에 전립선이 안 좋은지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고 오줌빨도 영 시원하지 않고…그런데 이상 없는 건가요? “
의사는 모니터를 쳐다보며 결과표를 다시 클릭하더니 나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음… 전립선 검사 결과도 나쁘지 않은 걸로 나오고 다 정상수치 범위에 들어있어서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다행이기는 한데…“
말 끝을 흐리는 나를 쳐다보던 의사는 뒷말이 궁금한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 사실은 물소리만 들리면 소변이 마려워지고 화장실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어도 물소리 비슷한 소리만 들려도 신호가 옵니다. 그리고 오줌빨도 영 시원치 않고… 전립선 하고 관계없는 건가요?”
워낙 오줌빨에 태클을 걸지 말라고 강조하는 전립선 약 광고를 자주 본 적이 있어서 내 나름의 진단으로는 전립선 이상이 의심이 되었다.
“물소리는 알겠는데 물소리 비슷한 소리라는 건 뭔가요?”
“제가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데 설거지 할 때 개수대 물소리와 닭을 튀길 때 나는 소리만 들려도 소변이 마려운 증상이 나타나서 걱정입니다. “
내 얘기를 듣던 의사는 웃더니 최근에 나와 비슷한 증상을 얘기하던 사람이 있었다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사우나 자주 하세요?”
“자주 하죠. 피곤을 푸는 방법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헤헤.”
“그러면 샤워할 때 소변을 보기도 합니까?”
“물론이죠. 머리에 샴푸 거품 헹굴 때 슬쩍 볼일을 보기는 하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던데요. 제가 봤습니다. 하하하.”
그 얘기를 들은 의사는 웃으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앞으로 샤워할 때 소변을 보는 행위를 중단하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얘기한 증상은 사라질 겁니다.”
“네? 샤워할 때 소변을 중단하라고요? 그게 제가 말한 증상과 무슨 관계라도?”
“파블로프의 개 이론은 아시죠?”
“알죠. 종소리만 들으면 먹이 생각에 침 흘린다는 개 실험이죠.”
“우리의 몸과 생각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바로 뇌가 모든 명령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에는 파전 같은 부침개와 막걸리가 생각나고 레몬을 보면 저절로 침이 고이는 것도 다 뇌의 자극에 의한 자연 반응인 겁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샤워 물소리에 소변을 보던 행위가 학습되어 물소리와 비슷한 닭 튀기는 소리에도 소변이 마려운 반응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물소리에 술 생각 안 나는 게 다행입니다. 하하하.”
의사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자연스레 목욕탕에서의 내가 하던 행위가 떠올려졌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비누 거품에 몰래 흘려보내던 소변 행위가 물소리에 자연스럽게 학습되어 나타나는 반응이었다는 소리에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물소리와 소변 욕구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나의 뇌는 반복되는 행위를 인지하여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였고 물소리를 포함하여 기름 튀기는 소리에도 즉각적인 생리반응을 하게 끔 명령을 내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어른들이 늘 하던 잔소리 중에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의 뇌가 나쁜 것을 학습하지 않고 건강한 뇌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아주 훌륭하고 지혜로운 충고였던 셈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안전할까?
인공지능의 시대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상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인공지능이 나쁜 것을 학습하여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