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뜻 하나에 영어단어를 가두면 더 어려워진다
스페인어도 한국어처럼 규칙성이 아주 강한 언어이다. 스페인 사람들도 우리처럼 영어를 배울 때 영어가 규칙성이 낮아서 짜증을 많이 낸다. 스페인의 유명한 코미디언 고요 히메네스 Goyo Jiméne는 이것을 잘 풍자하였다.
I hate verbs in English.
I dance. You dance. He DANCES.
Why?
Is he dancing more than me?
I don't think so.
645 people dance and He DANCES?!
How much this mother *** dancing?
난 영어동사가 아주 싫다고.
나는 춤춘다. 너는 춤춘다. 그는 춤춘다s.
왜?
그가 나보다 춤을 더 많이 춰서?
아닐껄.
645명 사람들이 춤춘다하고, 그도 춤춘다하지s.
도대체 XX같은 놈은 춤을 얼마나 많이 추길래?
https://www.instagram.com/reel/CpnceZqBoyU/?utm_source=ig_web_copy_link
dances. 같은 형태가 1) 동사의 3인칭 단수로도 쓰이고, 2) 복수명사이기도 하다. 이런 영어의 느슨한 규칙성을 잘 꽈서 비튼 코미디이다.^^ 우리도 동사의 3인칭에 -s 붙이는 것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dances가 셀 수 있는 복수명사로 쓰인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영어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한번 즈음은 오기 때문이다. 'flower = 꽃'이라고 자신이 철떡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었다. 이것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믿기 어려운 심정으로 구글링을 해본다. 눈에 먼저 뜨이는 것은 명사로 꽃이란 뜻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니까 곧, 동사로도 나온다. 그것도 두 가지 상황에서 쓰인다.
Our shrubs flower in late summer.
His talent flowered over the years.
'(우리 관목은 늦은 여름에) 꽃 피운다'라는 뜻도 있고,
'(재능이)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모습'도 비유로 쓴다.
한국어에서도 꽃피운다라는 말이 있지만 꽃 자체를 굳이 동사로 바꾸지는 않는다. 더욱이 한국말 꽃도 재능에 많이 비유되지. 그렇다고 꽃이 동사로 바뀌지는 않는다. 영어에서는 flower를 아예 동사로 바꾸어서 쓰는 이유는 뭘까!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영어단어이다.
조금 더 화가 나는 사실이 있다. 같은 명사라도 flower가 셀 수 없는 단수명사로도 쓰인다는 사실이다. 뭐라고? 꽃이 명사면 당연히 하나, 둘, 셋, 넷으로 셀 수 있는 명사 아닌가? 이건 믿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실이다.
I have a flower.
There are a lot of flowers.
The Cherry trees are in flower.
a flower(셀 수 없는 단수명사), a lot of flower(셀 수 있는 복수명사), in flower (셀 수 없는 단수명사) -- flower가 앞에 전치사 in과 함께 오면, '꽃이 만개했다'는 뜻이다. 이 즈음되면 신경이 돋을 수도 있다. 사실 flower는 형용사로도 쓰이는데 골치아퍼질 것같아서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우선, 영어단어는 품사가 결정되어있지 않다. 사전에 소개된 flower 단어는 표제어 the head word라고 한다. 표제어 flower가 품사를 바꾸어 명사와 동사, 형용사로도 쓰이고, 그때마다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표제어는 여러 가지 품사로 사용되는 한 단어를 대표하는 대장이다.
다음으로, 영어단어는 하나의 형태가 하나의 역할이나 하나의 뜻으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여러 가지 형태변화를 대표하는 대장은 기본형 lemma라고 한다. 기본형 flower가 명사로는 a flower, flowers, flower, Flower로, 동사로는 flower, flowers, flowered, flowering으로, 형용사로는 flowering으로 바뀐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같은 flower가 명사로도, 동사로도 쓰이고, 같은 flowers가 복수명사로도, 3인칭 단수 동사로도 쓰이고, 같은 flowering도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인다. 이러니 카멜레온이 아닐까! 그것도 피부색만 바뀌는 카멜레온이 아니라 속까지 바뀌는 아주 대단한 카멜레온이다.
이것은 한국어 단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얼마나 다른가? 만약 같은 선상에 영어가 왼쪽 끝에 있다면 한국어는 오른쪽 끝에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어는 품사가 이미 결정되었다. 한국어에서 꽃은 죽으나 사나 명사이다. 꽃들, 꽃잎, 꽃집, 등꽃, 집꽃 등등 앞 뒤에 무엇이 와도 상관없다. 꽃은 한 음절의 한 단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명사이다.
또한 이것은 아무리 역할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이다. 꽃은, 꽃을, 꽃에게, 꽃까지, 꽃부터, 꽃 위에, 꽃 피우다 등등 뒤에 오는 조사나 어미 등등에 따라서 주어로, 목적어로, 여격으로, 장소격으로 심지어 동사의 역할도 한다. 그러나 한국말에서 꽃은 끝까지 한 음절 한 단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명사이다. 명사레고블록는 죽어도 명사레고블록이다!
따라서 영어단어 형태의 역할과 뜻은 사실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flower라는 단어의 형태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하자. 하지만 다른 단어도 모두 flower처럼 변한다는 법도 없다. 다 제각각이다. 영어 알파벳, 특히 모음이 다 제각각이었듯이 단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모두 느슨한 규칙성 때문이다. 이 느슨한 규칙성은 영어 글자와 소리의 관계에서도 본 것이다. 영어 알파벳 형성에 유연성과 정응성의 가치가 부여되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가치가 단어의 형태에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형태가 여러 품사나 역할로 쓰이는 것은 영어 원어민에게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여기 소개한 단어들이 기초단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단어의 느슨한 규칙성은 기초단어일수록 심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다. 1) 일상에서 많이 쓰기 때문이다. 영어사의 역사에서도 봐왔듯이 이런 변화들은 영어를 쓰는 보통사람들이 만들어왔다. 2) 일상단어일수록 순수하게 영어에 기원을 둔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중급이나 고급단어에는 라틴이나 그리스에 기원을 둔 것이 많다. 이들은 영어보다 규칙성이 강한 언어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려운 영어단어가 더 쉬운 것이다. 그래서 또한 영어기초로 많이 돌아온다. 사실 한국인에게 영어는 기초장벽이 큰 언어였다.
flower=꽃, 기초단계에서 이렇게 외우는 것이 사실 큰 효과는 없다. 처음 입문할 때 잠깐 영어라는 거대한 성문을 열기 위해 잡는 문고리 정도로만 여기면 된다. 그 문을 열었으면 잊어도 좋다. 거기에 계속 매달려 있으면, 영어 flower를 한국어 꽃에 가두는 꼴이 된다. 영어 flower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형태와 역할로 변하고 있는데, 오로지 명사 역할과 뜻만 가진 한국어 꽃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그것도 셀 수 있는 명사로만.
그러면 셀 수 있는 명사 a flower와 flowers 만 규칙에 맞는 것이고, 이외의 셀 수 없는 명사 flower, 모든 동사형태의 flower, 그리고 형용사 형태는 다 예외로 보인다. 이 예외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우리는 또 경악을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예외가 있는 거야! 예외가 더 많다고 짜증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모두 flower는 곧 셀 수 있는 명사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말 규칙을 영어에 전이시키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말 방식으로 위에서 아래 접근을 하면 더 어려워진다. 카멜레온이 수시로 바꾸는 그 많은 경우를 어떻게 다 외운 뒤에 듣고 읽기를 할까? 따는 한국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설사 다 외웠다고 해도 외워서 익힌 모든 경우를 듣고 읽으면서 구체적 상황과 연결시키는 것 또한 하나의 큰 작업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면 쉬워진다. 먼저 듣기와 읽기로 경험을 많이 하고, 나중에 모아서 정리하며 기억을 해 보는 것이다. 정리를 할 때도 영영사전 하나면 충분하다. 가장 최신 영영사전이어야 한다. 여기에 지난번 버전의 사전부터 현재까지 영어 원어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예문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영어단어의 유연성과 적응성의 결과가 얼마나 '진심 유연하여 적응력이 뛰어난지 예를 하나 들어보고 끝내자.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처음 소개된 email을 보자.
I got an email from my boss.
I sent three emails this morning.
I get too much email every day.
email은 당연히 명사로 시작을 했을 것이다. 그것도 an email 셀 수 있는 단수명사 (인터넷으로 받은 이메일 하나)나 three emails 셀 수 있는 복수명사 (인터넷으로 받은 이메일 세 개) 많이 썼다. 그러다가, 여기서 email 셀 수 없는 단수명사 (communication의 뜻)로 발전하기란 정말 시간 문제 였을 것이다.
I will email you.
I am emailing you right now.
He emails her every day.
게다가 email를 동사로 쓰면 더 간단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다. 시간이 절약된다. 일단 동사로 쓰기 시작하면 상황에 맞는 시제를 쓰게끔 되어있다. will email 미래조동사 뒤, am emailing 현재 진행형 동사, emails 삼인칭 단수형 동사 등등이 있다.
내가 만약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썼다고 하자. 작년부터 계속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 상황을 동사시제 하나로 표현하고 싶었다. 누가 이것을 틀렸다 혹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영어 원어민이 이 문장을 쓰고 있는가에 있다. 이것은 인터넷 사전을 찾거나 구글링을 하거나 AI에게 물어보거나, 현대 미국영어 코퍼스 The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나 영국 국가 코퍼스 the British National Corpus에 조회해 봐야 할 것이다.
I have been emailing you since last year.
Oh! please answ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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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