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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gito Mar 17. 2024

몰타에서 생긴 일 part 1

영어공부를 위한 동기부여

"결핵이 있었어요?

"네"

"페에 흉터가 남아있는데 비활성이라는 것을 증빙해야 해요"

"어떻게 증빙해요?"

"3개월 뒤에 재검해서 흉터의 크기가 같으면 증빙돼요"

"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호주 서부도시 퍼스라는 곳으로 어학연수를 가려했었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퍼스대학을 다녔기에

퍼스를 선탰했다 


그런데 어렸을 때 결핵감염자였던 나는

엑스레이로 폐를 찍으면 흉터가 남아있었다

그 흉터로 인해 호주 학생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결핵이 비활성이라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3개월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바로 출국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중 몰타라는 곳을 알 게 되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바로 밑에 있는 지중해의 섬나라로

영어 몰타어가 공용어인 곳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이 한창일 때 나는 몰타로 향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인데

그때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라는 이름의 21살 벨기에 남자였다

어느날 그 친구 아빠가 택배를 보냈는데, 오픈해 보니

콘돔 한 박스였다

자녀에게 콘돔을 보내주는 문화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아마도 부모님에게 성교육을 받은 대한민국 사람을

없을것이다

모든것이 타부시 되는 문화속에서

잘못된 지식 쌓이기 마련이다

편의점에서 필요도 없는 과자 밑에 넣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니며 알바생의 눈을 피해 구매하는 현실은

반성할 필요가있다.

나도 나중에 아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은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것 같긴하다


아무튼 닉은

"you have to prepare emergency situation"

이라며 콘돔 3개를 나에게 줬다

당장 사용할 일이 없던 나에게는 희망고문이었다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며, 기다렸지만

사용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일단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연애를 하기에는 언어의 장벽이 너무 컸다


몰타 온 후 첫 주에 있었던 일이다

외국 맥도널드에는 한국에 없는 빅빅맥이 있었다

빅맥보다 더 큰 햄버거였다

나는 빅빅맥을 주문했고, 두 팔을 벌리며 "big"을

한번 더 말했다

햄버거 더 큰 거 달라고 했는데, 콜라 큰 거를 준 것이다

햄버거는 작은 거 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일부러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화가 났지만 내가 한 말은

"thank you"였다

컴플레인을 하기에는 나의 영어가 짧았다

컴플레인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나의 주문과 다른 작은 햄버거와 큰 콜라를 먹는 비겁한 타협을 한 것이다


친구가 준 소중한 선물을 사용하려면

언어의 벽을 넘어야 했다

물론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일단 언어만 극복하면 가능성은 있어보였다

그래 나도 한번 백인여성을 만나보자!!

나에게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게 만든

가장 큰 동기부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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