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와 떠나는 여행 2 "혹시"
와이프가 혹시 다른 생각을?
혹시 :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설악산 권금성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오늘따라 안개가 자욱하다
매표소에서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안 보이는데
그래도 탈 것인지 한번 더 묻는다
아마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못 받다면 환불해 달라고
하는 진상 고객들이 있었나 보다
이 안개는 아름다운 진실을 가린다
마치 부부의 사이에 의심으로 가려진 진실처럼...
사마천의 사기 관안열전을 보면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가면 쓰지 말라"
라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면 결혼을 했으면, 의심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의구심의 유혹은 나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나의 신경을 계속 자극한다.
그리고 궁금하게 만든다
대인배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접 물어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혹시....
설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을 말하지만
혹시는 이미 심적으로는 인정한 상태이다
와이프와 연애시절
내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어떤 남자가 와이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와이프에게 물어봤더니
와이프 연락처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와이프와 결혼할 마음을 굳혔다
인기 있는 모습에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결혼 후 와이프는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때는 혹시가 아닌, 설마? 만약?
어떤 부사를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출근해 있을 동안
낮에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는 평일 낮에 집에 가봤다
문을 열자마자...
와이프는 거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들은 혼자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와이프는 화를 냈었다
왜 말도 없이 집에 오냐고..
그 후로 나의 심증은 으레 낮잠을 자고 있겠지였다
내가 본 샘플이 1개인데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나는 낮잠을 잘 수 있다고 본다
창피한 일도 아닌데..
왜 이리 화를 내는지..
잠은 자기가 자 놓고선.. 나에게 화풀이한다
결혼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혹시...
이전에는 별 의심 안 했는데
요즘엔 의심은 아니지만 의문은 간다
부쩍 외출이 늘었다
바쁘게 사는 것은 좋지만 궁금하다
나의 마음에 의심의 안개로
서로에 대한 진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직접 물어본들 사실이라도 솔직히 대답하겠는가?
이것도 의심이다
진실을 이야기해도. 거짓을 이야기해도
의심은 끝나지 않는다
혹시...
"혹시"라는 단어는 내 마음속의 문제인 것 같다
와이프를 의심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안개를 걷어야 한다
귄금성의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 내려가려 한다
"혹시"라는 단어도 산 위에 놓고 내려가려 한다
와이프와 손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