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와 떠나는 여행 3 "설마"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기면 어떤가요?
"음식이 비위 상해서 못 먹겠어"
나트랑 여행 중에 와이프가 잘 못 먹는다
나는 맛있기만 한데..
향신료도 별로 없고....
와이프가 예민한가 보다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음날..
와이프는 두 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터기 사진을 보냈다
순간... 앗....
그렇게 우리 둘째 도담이는 아무 말 없이
불쑥 찾아왔다
설마... 했는데..
첫째와는 4살 차이
와이프는 이미 취업을 한 상태고
1명만 잘 키우자고 합의한 상태라서
유모차, 옷, 책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준 상태였다
뭔가 꼬였다..
그때 나는 우리.. 미안하지만 우리를 위해
지우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근데 와이프가 너무 진심이었다
본인도 임산 한 것에 대해
화가 나고 나를 원망했지만
아이에게는 진심이었다
와이프는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집중했다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지금도 내가 왜 그랬는지 부끄럽다
아마도 진짜 지울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 내 능력밖의 일이라 부정고 싶었던 것 같다
내 나이 40에.. 둘째라니..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이다
뭔가.. 이건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이제 막 서울로 올라왔고
나의 자리도 못 잡은 상태여서, 내가 가정을 잘
꾸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시기였다
아마도 내가 잘 풀렸으면
도담이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사회생활이라는 핑계로 밖으로 돌았을 테니깐..
지금의 나처럼..
오히려 회사생활이 잘 안 풀리니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둘째까지 생겼다
참 아이러니하다..
사회생활이 잘 안 풀리니 가정에 더 충실하다는 것이,.
아무튼 코로나 시기에 둘째가 태어났다
그런데 너무 이쁘다
진짜 애굣 덩어리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계속 생각이 난다
진짜 후회스럽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자신 없어했는지.
오늘도 도담이랑 산책은 하는데
도담이가 "나무가 춤추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무가 춤추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도담이가 문학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다 그렇다...
공 한번 잘 던지면 야구선수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범한데 비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에겐 불청객이던 도담이가
오늘도 아빠랑 자고 싶다며 내 옆에 와서 누워있다
오늘도 5살 도담이는 말한다
"나는 하늘에 별이었는데 아빠 한데 온 거야"
어떻게 왔어?
도담이는.. 도담이는.. 4호선 타고 하늘에서 왔어...
문학적 재능은 없는 듯하다...
왜 하필.. 4호선이니...
아무튼 설마 했지만
아빠는 도담이가 와줘서 너무 행복해
설마는..
예상치 못한 행복을
표현하는 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