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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10. 2021

강요하는 리더

예전에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있어, 면접을 보고 나서 지인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그리고 회사 돌아가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할 일이 없어도 특정 요일에는 야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회사의 높은 분이 '야근을 하지 않는 팀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팀'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서, 팀원들이 각자 요일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야근을 한다는 것이었다. 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 '높은 분'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다. 그 사람 자신이 남들보다 '열심히' 일한 것으로 인정받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아마도 그 '높은 분'은 자신이 했던 일의 '양'을 기준으로 삼고, 구성원들에게도 그만큼의 '양'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들 중에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성공 방식을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자신의 성실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성공을 일구어낸 직후에는 '이것이 옳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쩌면, 조직의 성과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며칠 후, 그 회사에서 최종 면접을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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