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중학교에서 공부로 이름을 날리던 아이들이 모인 학교였다. 얘는 어느 중학교 전교 1등, 쟤는 다른 중학교 전교 3등, 이런 식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600명 모였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안에서도 등수는 나뉘어야 했다. 그리고, 첫 중간고사에서 600명의 학생들은 일렬로 줄을 섰다.
당연히, 중학교 때와는 다른 등수를 받은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중학교 때는 전교 10등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200등을 받는 식이었다.(나는 첫 시험에 300등이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페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자기 페이스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두 부류 정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 부류는 정신이 번쩍 들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한 학생들이었다. 원래도 공부를 안 하는 편은 아니었겠지만, 거기에 더 불을 붙인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대체로 등수가 위쪽으로 올라갔다. 다른 부류는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다. 충분히 한다고 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으니, 공부가 재미없어지고 더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점점 뒤로 처지게 되었던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학생들 중에서 나중에라도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들이 좋은 대학을 간 것을 보면, 타고난 재능보다는 태도의 차이가 더 컸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은 비슷하고, 비슷하게 좌절을 겪었는데, 그 좌절을 대하는 태도가 결과를 많이 다르게 만들었다.
세상 일의 결과라는 게, '도'하고 '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 '걸', '윷'도 있다. 아니, 사실은 더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 더 일찍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지금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재능이 아니고, 바로 지금의 태도, 그리고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