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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31. 2021

자신을 타인처럼 보기

내가 나태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일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화장실 간 시간, 웹 서핑한 시간, 멍 때리고 있던 시간들을 제외하고, 실제로 업무를 했던 시간을 기록한다. 작업을 시작할 때 시간을 기록하고, 끝날 때 시간을 기록한 후, 하루 동안 얼마의 시간을 일에 투자했는지 살펴본다. 그러면,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일한 시간이 적을 때가 많다. 아마 나태해졌을 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머릿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는데, 막상 그것을 글로 정리해보면 별것 아닐 때가 있다. 설득력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상투적이거나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도 고쳐보고 저렇게도 고쳐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지워버리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살아있었으면 많이 혼났을 것 같다.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서 읽어보라는 것이다. 감정은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더 커지는 속성이 있다. 감정을 인식하면 감정이 더 커지고, 더 커진 감정은 다시 더 강한 인식을 불러일으켜서 내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된다. 그럴 때,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써 놓고 읽어 보면, 생각보다 그것이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일단 글로 써놓은 것은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본래의 크기를 온전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뿐만 아니라, 걱정에 대해서도 이런 방법은 효과가 있다.


최근의 트렌드 중 하나가 '나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지 결정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은 쉽게 과장되거나 왜곡된다. 그래서, 자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객관화에 도움 되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기록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나 자신으로부터 분리시켜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보듯이 나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니, 만약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일단 자신을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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